치솟던 금 값이 8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 속에 세계 경제 회복세 움직임이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수요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1707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기록한 2072달러에 비해 18% 낮은 수준이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금 보유 규모 역시 1일 현재 14톤으로 줄었다. 올들어 최대 감소폭이다.
금 ETF는 개미 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직접 금을 사는 대신 금을 보유한 EFT를 주식처럼 사고 판다.
금은 최근들어 미국 국채와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올들어 지속적인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그만큼 금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금은 이자가 없지만 미 국채는 적어도 이자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급등세가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를 것이란 우려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6%까지 오르기도 했다.
줄리어스 베어의 카스텐 멘케는 "채권 수익률 상승은 경제 전망 낙관의 신호"라면서 "이는 또한 금 투자자들이 일부 보유지분을 매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디지털 금'으로도 불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도 금 가격을 끌어내리는 또 다른 이유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대신 암호화폐, 주로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최근들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들어 55% 폭등해 4만90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금 가격의 약세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 값 하락이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와 중국의 금 소비를 부추겨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