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전장 확대…삼성전기·LG이노텍에 호재
MLCC·카메라 모듈·車 통신 등 부품 동반 상승
계열사 의존 지속 하락…"매출 건전성에 긍정적"

삼성전기가 개발한 초슬림 3단자 MLCC.

국내 양대 전자부품 회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채용한 스마트폰의 확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비중 증가에 따라 관련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덕분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 거래 비중이 작아지는 추세여서 매출 건전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기 영업이익의 증권가 전망치는 1조1500억원대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4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이런 전망이 맞아떨어질 경우 삼성전기는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하는 셈이다. 또 지난 2018년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었던 1조1499억원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울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삼성전기의 호실적을 예견케 하는 부분은 5G 스마트폰의 확대다. 삼성전기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5G 스마트폰에 대거 장착되고 있어서다.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콘덴서를 여러 겹 쌓은 것이다. 콘덴서(축전기)는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넣어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회로에 전기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안정적인 전류 흐름이 필요한 다수의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부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5G 스마트폰은 기존 4세대 이동통신(4G)에 비해 MLCC를 20~30% 더 사용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은 15억200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G 스마트폰은 약 6억대의 시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2억7260만대에서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의 수혜가 충분히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 예측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등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 1일 광학 10배 줌을 구현한 폴디드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 구현한 광학 5배 줌 폴디드 카메라 모듈의 성능을 2배 향상시킨 것이다. 향후 글로벌 고객사의 5G 스마트폰 등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광학 10배 줌 폴디드 카메라.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격 경쟁력이 부각된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가 조기 출시됨에 따라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MLCC, 통신모듈, 패키지 기판 등의 출하량과 가동률이 상승,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4% 증가한 3052억원이 전망된다"며 "올해 영업이익도 1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세에 따라 자동차 전장용 MLCC의 매출 증대 역시 예고되고 있다. 특히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용 MLCC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필요 수량이 수배에 달해 글로벌 시장 회복은 호재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1대에 들어가는 MLCC의 양이 보통 1000개 수준이라면 자동차에는 3000~8000개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는 이 숫자가 1만~1만5000개로 크게 뛴다.

지난해 영업이익 681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LG이노텍은 올해 또다시 실적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 역시 5G 스마트폰 확대에 따른 것으로, 증권가에선 올해 영업이익을 818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이폰12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 샤프, 오필름 등 세 곳이 납품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폰12 프로 모델의 카메라 모습.

현재 애플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있는 LG이노텍은 아이폰12의 인기로 관련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올해 9월 이후 출시가 예정돼 있는 아이폰13(가칭)에도 관련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부품 공급 확대를 위해 LG이노텍은 지난달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만드는 광학솔루션사업부에 5487억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투자는 카메라모듈과 3D 센싱 모듈의 생산량 증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애플 등 해외 고객사의 센서 시프트 채용 모델이 지난해 1개에서 3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전면 3D 센싱 모듈 역시 사업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권 연구원은 "통상 매년 초에 진행하는 광학솔루션 신규 투자는 그해 하반기 큰 폭의 실적 증가를 가져온다"며 "해외전략고객(애플 등)과의 계속적인 사업관계를 가져가기 위해 대규모 신규투자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진입장벽이 되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2018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LG이노텍의 전장사업부는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LG이노텍은 현재 배터리제어관리시스템(BMS)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 자동차 대 사물(V2X) 센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ADAS 카메라와 V2X 센서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향후 동사의 가치 확대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라며 "다만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ADAS 카메라, ZKW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자동차용 LED 조명과 달리 V2X 센서의 경우 다소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하다"고 했다.

LG이노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자동차용 와이파이6E 모듈.

LG이노텍은 지난 2일 세계 최초 ‘자동차용 와이파이6E 모듈’의 개발도 알렸다. 신용카드 6분의 1 크기에 통신칩과 무선주파수(RF) 회로 등 200여개의 부품을 넣었다. 기존 5세대 기술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3배 빠르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내부거래 비중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사 매출은 줄어든 반면에 전체 매출은 오른 덕분이다. 업계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그룹 의존도가 낮아져 결과적으로는 매출 건전성이 높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 내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3조27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인 2019년 3조9953억원 대비 7197억원, 18% 줄어든 수치다. 반면 회사 전체 매출은 8조2087억원으로, 전년 7조7183억원과 비교해 4904억원(6.4%)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51.8%에서 지난해 39.9%로 11.9%포인트 감소했다.

LG이노텍 역시 LG전자 등 계열사간 거래가 2019년 9231억원에서 약 8500억원으로 700억원쯤 축소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8조3021억원에서 9조5418억원으로 14.9%(1조2397억원) 늘어나 내부거래 비중이 11.1%에서 9%포인트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