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CJ 비비고에 1위 빼앗겨...3위로 추락
비비고 지난해 매출 1조…빈대떡 만두로 추격
30년 아성 무너진 고향만두...연구비 CJ의 100분의 1

해태제과가 고향만두 신제품 ‘고추지짐·녹두지짐’을 출시한다. 빈대떡 맛을 구현한 교자 만두다. 지난해 1조원 넘게 팔린 CJ제일제당의 만두 ‘비비고’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픽=송윤혜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101530)은 이르면 내달 고향만두 ‘고추지짐·녹두지짐’을 생산해 대형마트·슈퍼마켓 등에 순차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제품은 전통 시장에서 즐겨 먹던 고추지짐과 녹두지짐을 굽기 편한 형태의 교자 만두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고추지짐은 고추로 매콤한 맛을 냈고, 녹두지짐은 숙주로 고소함을 더했다. 빈대떡은 옛 것을 즐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와 중장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음식이다.

1987년 출시된 고향만두는 한때 냉동 만두 업계 1위였다. 냉동물을 잘게 다져 초핑(chopping)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며 2013년까지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상황이 뒤집혔다. CJ제일제당(097950)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면서 부터다. 만두소를 통째로 갈지 않고 돼지고기와 채소를 칼로 다져 씹는 식감과 육즙을 살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비비고 만두는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46.3% 점유하며 7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다. 반면 고향만두는 업계 3위로 추락, 12% 점유에 그쳤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7년 내내 점유율이 하락, 30여년간 쌓은 고향만두의 아성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식품회사의 핵심은 연구개발인데, 누적된 적자 덕에 해태제과는 매년 2억~3억원 수준의 연구비를 쓰는데 그쳤다. 매년 300억원의 조사연구비를 쓰는 CJ제일제당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27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작년 3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빙그레에 1400억원에 매각하면서 대금이 유입된 효과다. 매출은 5640억원을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비비고가 지난해 해외에서만 6500억원어치 팔린 데 반해, 이 회사의 고향만두를 포함한 냉동식품의 해외 판매액은 약 200억원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