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에게 듣다]②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동성 축소발 위기 2023년 예상, 한국은 빗겨갈 듯"
"인적교류 없이 서비스만 오가는 교역 늘 것, 디지털이 중요"

"한국 원화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정도의 신인도는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재정건전성이 다소 나빠지더라도 지금은 지금은 돈을 풀어야 할 상황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해 "코로나19는 120년만에 닥친 역대급 위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스페인 독감으로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숨진 1910년 전후에 버금가는 경제적 충격을 위해내기 위해서는 국가채무비율 등이 올라가는 것을 감수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 원장은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선진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원화의 국제 신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달리 현재는 미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인 캐나다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유로, 일본 엔,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에 경제 규모별 가중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로 평가하고 있다. 캐나다달러는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중 9.1%로 유로, 엔, 파운드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유동성 축소로 인한 경제위기가 2023년경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닥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한국은 대외 신인도 등이 과거보다 좋아져 위기가 빗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래는 김흥종 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4차 재난지원금 논란이 뜨겁다. 재정건전성 레벨은 괜찮지만 채무비율이 높아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건전성은 중요하다. 우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재정정책의 목표다.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것은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재정건전성이 좋으면 국채를 싼 값(낮은 금리)에 발행할 수 있다. 신용평가기관도 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수단으로써의 재정건전성이다. 경제가 갑자기 악화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이 우수해야만 한다. 경제 악화를 막기 위한 재정을 푸는 것은 재정건전성이 확보됐을 때만 가능하다. 불이 났을 때 물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불을 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 바로 불이 난 상황이다. 지금은 120년만의 폭락, 역대급 경제위기다. 지난 100~120년을 볼 때 경제(지표)가 한 순간에 이렇게 빠진 적이 없었다. 1차 대전 당시 전장이었던 프랑스에서 한해 GDP가 28~30% 빠졌는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가 지난해 2분기에 3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제가 한 순간에 급격히 무너지는 것은 2차 세계대전이후 처음이었다.

지금은 (재정을) 써야 한다. 그래서 지금 미국과 유럽은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쏟아붇고 있다. 개도국은 하고 싶어도 (재정 여력이) 없어서 못한다. 이번은 정말 써야 한다. (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걱정할 수도 있지만, 국가신인도가 국가채무비율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한국 금융시장 수준이 여전히 신흥국 수준의 성숙 상태이고,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상황이 달라진 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더이상 원화가 매도 대상 통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3~2014년 미 연준의 유동성 축소로 인한 신흥국 외환위기 당시에 원화는 가장 먼저 매도하는 통화도 아니었고, 2~3번째로 매도하는 통화도 아니었다. 물론 기축통화국은 아니고 신인도가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 일본 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호주달러나 캐나다달러 정도의 신인도는 있다. 우리가 지금 돈을 좀 푼다고 해도 신인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풀린 유동성은 경제정상화 국면에서는 수습해야 한다. 2013년 이후 작년까지도 신흥국은 자본 유출입 이슈에 시달렸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코로나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위기는 반드시 올 것이다. 다만 코로나 통제 시기가 늦어져 정상화 시점도 늦춰질 것 같다. 처음에는 2021년 하반기면 유동성을 다시 조이니까 위험이 생길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2023년에서야 일어날 일로 예상된다. 위기는 거대한 개도국이나 작은 개도국 등 흔히 위기가 발생했던 나라들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현재 상황에서는 그 위기가 빗겨갈 것 같다.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 등이 옛날보다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대외경제 상황을 얼마나 바꿔놨다고 생각하나.

"대외경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상품 교역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그 외에 서비스나 사람이 오가는 것은 완전히 바뀌었다. 언택트 관련 2020년에 투자가 많이 됐지만 올해도 투자가 많이 될 것이다. 한 번 투자가 되면 그쪽으로 계속 가게 되므로 대면접촉은 확 줄어들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부분이 여행 등 서비스 교역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여행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으로 세계경제 통합의 흐름이나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서비스 교역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첫번째 유형은 크로스보더 서플라이(cross-border supply, 국경간 공급)로 사람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지만 서비스는 오가는 형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다. 여기서 엑스레이 등을 찍어서 보내면 그쪽에서 진단해준다. 이런 것은 더 활성화될 것이다. 두번째 유형은 서비스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직접 가는 경우(consumption abroad, 해외소비)다. 해외유학이나 여행이다.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commercial presence, 상업적 주재), 네번째(movement of natural persons, 자연인의 이동) 유형은 서비스 공급자가 수요자를 찾아 가는 경우다. 요새는 제조업 부가 서비스도 있다. 컴퓨터를 팔면서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처럼 제조업과 상품이 같이 가는 서비스다. 앞으로는 첫번째 유형과 제조업 관련 서비스는 확 커지고 나머지는 위축되는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공급망(value chain)도 그에 따라 재구축될 것이다. 흔히 언택트 이후 서비스 교역이나 무역 자체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역은 계속 증가하되 구성이 바뀌게 된다. 이 시점에서 서비스 교역이 매우 중요하고, 디지털화된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018~2019년도 성장률 하락이 컸다. 2017년 성장률이 3.2%를 기록한 뒤 하락하고 있다. 인구문제 등 요인으로 구조적 장기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3년간의 성장 흐름은 어떻게 보나.

"잠재성장률이 상당히 많이 하락하고 있다. 인구문제도 있지만 자본축적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아쉬운 것은 2019년말 2020년초에 경제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사라졌다. 단기적으로 어떻게 하기 보다는 추세 하락 속에서 반전할 수 있는 방법은 인구 부문에서 여성 노동력을 더 활용하고, 기술 개발을 더 하고, 자본 등은 투자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을 더 해야 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투자나 국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노동시장 진입기인 20대 초중반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흐름이 보인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나.

"심각하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같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노동시장이 건전한 독일 같은 경우는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1.5배 정도지만, 스페인이나 그리스 같은 노동시장이 작동하지 않고 경제가 좋지 않은 나라들은 2.5~3배까지 올라간다. 한국은 2배가 좀 넘는다. 이 배율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더 빨리 진입할 수 있게 하는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런 추세가 계속 갈 수 있다."

-교육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된 것 아닌가.

"엔지니어, 공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투자가 더 강화돼야 한다. 전 세계에서 돈과 인재가 몰려오는 미국을 제외하고, 모든 나라 정부가 교육기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 독일, 영국, 프랑스 다 정부가 세금으로 고등교육기관에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