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3년 개통 예정인 ‘대구권 광역철도’ 호재가 그동안 저평가됐던 서대구·구미 집값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오는 3월 준공 예정인 서대구역 전경.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구권 광역철도는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구미와 칠곡, 경산을 ‘40분 단일 생활권’으로 연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 인프라와 일자리가 부족한 시·군 지역의 한계를 광역 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극복한다는 점에서 지방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인 셈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최초로 추진되는 광역철도 사업이다.

신규 철로부터 만들어야 하는 GTX와 달리 대구권 광역철도는 기존 경부선 선로 61.8㎞ 구간을 개량해 전동차를 투입한다. 총사업비 1515억원을 들여 2023년 12월 개통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정된 정차역은 구미-사곡-북삼-왜관-서대구-대구-동대구-경산 등이다. 이들 역에는 15~20분마다 2량짜리 전동차가 서게 되고, 광역철도와 시내버스·대구 지하철 사이의 환승 제도도 구축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는 교육·생활 여건이 압도적인 수성구와 그 인근 지역에 집중되는 동고서저(東高西低) 경향이 강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수성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6억113만원에 달한 반면, 서구와 북구는 각각 2억6735만원과 2억5296만원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수성구와 접한 경산의 평균 아파트값은 1억9752만원으로 경북에서 가장 높았던 반면 구미와 칠곡은 각각 1억3976만원과 1억446만원으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대구권 광역철도로 인한 교통 개선 기대감에 최근 들어 대구 서부권과 인근에서 신축과 분양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KTX와 대구권 광역철도 정차역으로 오는 3월 준공되는 서대구역 인근의 경우 분양권 전매 가능한 단지가 많아 거래 열기가 뜨겁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역 반도유보라 센텀’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5억5019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분양가 대비 7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에서는 올해에만 131건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전매 거래량(1165건)의 10%가 넘는다. ‘서대구역화성파크드림’ ‘서대구KTX영무예다음’ ‘서대구역서한이다음퍼스트’ 등 공사 중인 다른 단지에서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평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저렴한 매물은 거의 다 팔렸고, 이제 동호수가 좋은 매물이 주로 남아있는데 호가(웃돈)를 1억6000만원까지 부른다"면서 "경북에서 일하는 사람도 광역철을 통해 출퇴근이 가능하다 보니 구미·칠곡 등지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구미 사곡역 인근에서는 처음으로 5억원짜리 아파트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구미 사곡동 ‘e편한세상 금오파크’ 전용면적 115㎡는 지난 1월 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3억9820만원에 매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거의 1억원이 오른 셈이다.

사곡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유일한 신축 아파트라는 희소성 덕분에 전세도 매매도 물건이 없다"면서 "원래 사곡동은 공단 출퇴근 수요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대구로 가는 길도 뚫리면서 생활 여건이 좋아진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구권 광역철도의 시작역인 구미역 인근에서는 한 신축 아파트 단지를 두고 청약 열풍이 펼쳐지기도 했다. 구미 원평동 ‘구미 아이파크더샵’은 지난해 11월 분양 당시부터 74점짜리 청약 통장이 등장하고, 당첨자 발표가 나오자마자 ‘초피 거래(당첨자 발표 직후 계약 전 분양권을 거래하는 것)’가 활개를 쳤다. 특히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창운 구미시 토지정보과장은 "해당 단지에서 다운계약, 양도세 대납 등 부정 거래 정황이 다수 발견돼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에는 단 2개의 매물만이 등록된 상태로, 그 중 하나인 전용 101㎡ 고층 입주권에는 프리미엄 4억원이 붙어있다.

칠곡에는 기존 왜관역과 신설 북삼역이 광역철도 정차역이 될 예정이다. 다만 왜관역 인근은 신축 아파트가 적고 이미 단독주택·빌라가 밀집돼있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는 않았다. 북삼역 인근에 율리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 약 4500가구가 조성될 계획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권 광역철도가 앞으로 대구·경북 부동산 시장을 재편할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자리와 인구가 동반 감소하며 쇠퇴하는 지방 도시들은 자족 기능을 상실하고 점차 광역시의 베드타운화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시 말해 광역철도망 인근에는 신축 아파트가 몰리지만 이외 지역은 구도심으로 방치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