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 예상
미국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오는 2분기(4~6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하락(조정)이 예상된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회사는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고점 보다 15%가량 빠질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미국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돼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특히 우려하는 종목은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유동성(투자금의 과잉 유입)의 힘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기업들이다. 이렇게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갔던 기업들의 주가는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때 직격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75.11포인트(2.45%) 내린 2994.98에 거래를 마쳤다.

◇ 원자재 공급 부족 우려가 인플레 촉발 예상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발간한 ‘The KB’s Core View’ 보고서에서 원자재와 서비스의 공급차질이 증시의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의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미국의 추가 재정부양책이 추진되면서 경제활동 정상화 예상 시점도 빨라지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3월 말에, 미국도 6월 말이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 센터장은 "이는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 주가와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경기회복은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회복이 일시적으로는 주가지수 조정(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신 센터장은 조언했다.

그는 "원자재와 서비스의 공급차질(Shortage) 위험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2분기 중반에는 부정적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시장금리)는 일시적으로 1.60%와 2.00%를 넘어서고, 주가도 고점 대비 약 15% 내외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각)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1.61%까지 올랐다 1.51%에 마감한 바 있다.

집단면역 형성과 경기회복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원유 등 원자재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KB증권의 분석이다.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이 발생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등 물가안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세계 각국의 외국인 자금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자금은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신 센터장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수요회복을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미국의 구조적인 원유생산 감소를 반영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공급차질에 의해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고 2023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유 공급이 부족해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결국 파월이 이끄는 연준도 금리 상승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세계 53개 석유탐사개발(E&P) 기업들이 2021년 원유·가스 관련 자본지출(CAPEX) 계획을 공개했는데, 지난해 보다 3.3% 감소한 10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원유를 찾기 위해 쓰는 돈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2018~2019년 평균보다는 35% 이상 감소한 규모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석유탐사개발 기업들의 투자축소로 올해 원유 공급 증가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003470)연구원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영향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8~9월부터 상승했고 지금도 상승 중인데 하락 이전의 가격을 넘어서서 더 위쪽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2월 23일 종가기준으로 지난해말 보다 29.5% 상승했다. 가솔린(35.4%), 구리(17.1%), 설탕(16.8%), 면(15.7%), 옥수수(14.5%) 등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래픽 = 박길우

◇ 공포심 가질 필요 없지만 버블은 주의해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정장이 올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증시에 투자하기 위한 예탁금을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조정이 오더라도 세계 경제가 회복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다만 유동성 장세에서 돈의 힘 때문에 이익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은 거품이 사라지고 주가가 하락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4조3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개월 전인 1월 29일의 68조171억원보다 3조6538억원(5.3%) 감소한 수치다. 투자자들이 증권계좌에 넣어둔 돈이 한 달도 안돼 3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일부 자산운용사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안하다며 수억원씩 자금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들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금리상승이 주식시장에 안 좋을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된 것"이라며 "다만 이익도 안 났는데 유동성의 힘 때문에 올라갔던 주식들은 (조정장이 오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범 토러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조금 조정의 기간을 거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사이클(흐름)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더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너무 불안해하거나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신동준 센터장도 "지금 주식시장은, 버블의 끝자락이 아닌 장기 상승장의 중턱쯤 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2분기 중반의 단기 조정을 거치고 나면 경제활동 정상화와 기업이익 증가, 투자사이클 재개 등으로 증시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심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