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만 나온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가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노선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GTX-D노선 수혜 지역·아파트 단지가 거론되며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혜지라고 소문이 난 김포 일대 역세권 아파트, 부천종합운동장역, 구로, 사당, 고덕, 하남 등 지역 일대 역세권 아파트의 호가는 들썩이고 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이 전월보다 0.4% 오르는 동안 경기도 주택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평균 1.11% 상승했다.

특히 김포·고양·파주(경의권) 주택 매매 가격은 한달 새 2.24% 올랐다. 남양주, 구리, 하남, 광주(동부1권) 집값은 1.41%, 부천, 안산, 시흥, 광명, 화성, 오산, 평택(서해안권) 집값은 0.61% 올랐다. 작년 1월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경의권은 11.69%, 동부1권은 11.24%, 서해안권은 8.81%나 올랐다.

지하철 5·9호선·공항철도역인 김포공항역의 ‘김포 골드라인(김포 경전철)’ 환승 구역을 지나는 승객들의 모습.

김포골드라인 풍무역 역세권단지로 꼽히는 ‘풍무센트럴푸루지오’의 전용면적 84㎡는 작년 1월에 5억1500만~5억4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6월부터 6억원선을 넘었고, 올해 들어서는 최고 8억원에 거래됐다.

부천 지역 시장에서 GTX-D 신설 수혜 단지로 거론된 부천 ‘오정생활휴먼시아2단지’의 전용 84㎡ 매매가도 지난해 3~6월 4억6500만~4억7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들어 지난달 5억2000만원(5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남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5단지' 전용면적 84㎡도 지난 1월 역대 최고가인 10억5000만원(7층)에 손바뀜이 있었다. 작년 1~3월만해도 7억2000만~7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되던 단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가담한 데다 이왕이면 교통 호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집을 사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GTX가 완공되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집값 재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자체들도 GTX-D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타당성 용역을 내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 역이 들어서면 효과가 좋다는 근거 작업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는 김포에서 검단, 계양, 부천, 서울 남부, 강동, 하남에 이르는 총 길이 68.1㎞ 노선을 GTX D노선으로 제안했다. 사업비는 약 5조937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GTX ABC 노선도.

인천시는 Y자형 GTX D 노선안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제1여객터미널, 영종도, 청라, 가정, 작전, 부천종합운동장, 서울 남부, 하남 노선과 경기 김포 통진, 장기, 인천 검단, 계양∼부천종합운동장으로 구성된 총 길이 110.27㎞ 18개 정거장을 잇는 노선으로, 총 사업비는 10조781억원이다.

여기저기에서 GTX-D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GTX-D노선이 아직 기본 계획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021년 국토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라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에 관한 기본 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밝혔다. 타당성 조사도 끝나지 않았고 당연히 지나는 지역이나 위치는 확정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 GTX-D 신설 여부를 6월 전 확정할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GTX 신설 호재를 기대하고 주택 매입을 고려 중인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정확한 개발 계획과 예산 투입이 이뤄지기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개발 수혜 지역을 찾아볼 필요는 있으나, 문제는 GTX 개통까지 10~20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노선도와 역사 위치가 확정됐을 때 주택을 사는 게 안전한 투자"라면서 "신설 노선의 기점과 종점 지역이 상대적으로 교통망 확충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상반기까지 확정할 예정"이라면서 "'수도권 서부권역 광역급행철도'(GTX-D)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GTX A·B·C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으나 기존 사업 계획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통합해서 같은 사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