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도 없는 곳으로 파견을 와서 사명감으로 버텼는데 한달 반이 넘도록 월급을 받지 못했다. 당장 자취방 월세를 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파견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25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버겁다"며 "의료와 방역 활동에 나서는 것도 힘든데, 금전적인 문제까지 닥치니 너무 사기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16명을 기록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확산을 막고 환자 치료를 위해 파견된 1200명의 의료진에게 줄 임금을 체불하면서 현장 인력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중수본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85억2400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B씨는 "서울에 1000명대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12월쯤 상경해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면서 "아직 월급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아 돈을 아끼려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을 먹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B씨는 "‘의료진 덕분’ 챌린지를 보면서 자긍심을 느꼈는데, 밤낮없이 일을 해도 월급이 안 들어오니 당장 밥 한 끼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라며 "부모님께서도 고향으로 내려오는 걸 권유하시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장 파견 의료진에게 지급되는 일당은 의사 35만원, 간호사 20만원, 간호조무사 10만원, 군의관·공보의 12만원, 군간호사 7만원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파견인력이 늘면서 예산이 소진돼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임금 체불과 함께 필요한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않아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감염병동의 중증도별 인력이 마련돼 있지 않아 코로나 병동의 간호사들이 1년 넘도록 격무에 시달리는 중"며 "환자가 급증하면 급하게 다른 병동에서 간호사들을 차출하는 등 기준 없이 운영해 간호사들이 말도 안 되는 노동 강도를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31명의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의 고충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순천향대학교 병원 직원이라고 밝힌 C씨는 직장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살려달라. 정말 지옥이다. 여러 병동에서 헬퍼(지원인력)만 무한정 돌리면서 일하고 있다"며 "그중에 양성이 안 나오라는 법이 있나? 기존 병동 환자들도 아무도 모르고 파악도 못 한다. 그냥 사람이 부족하면 ‘오늘은 너 가라’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고 폭로했다.

C씨는 이어 "9시간 넘게 물 한 모금 못 마신다. 위에서 지침으로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한다. 잠복기였다가 검사하는 날마다 양성자가 늘어가는 마당에 대책이 없다.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체불된 임금과 관련해서는 예산을 추가 편성해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확진자 증가로 현장 의료진들의 업무량이 급증한 데 대해서는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부족한 예산은 오는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를 추가 편성해 24일 지자체별로 1차 예산 배정을 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예산 배정이 중앙정부에서 이뤄지더라도 지자체에서 현장의 의료인력들에 지원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