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실시되는 공인회계사 제1차 시험(CPA)에 18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 코로나로 취업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회계사 선발인원은 많아지고, 그 위상까지 높아지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제56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접수자는 총 1만3458명으로, 지난해(1만874명)보다 23.8%(2584명)가 늘었다. 이는 지난 2003년(1만4565명) 이후 18년 만에 최다 규모로,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던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1만7112명)이다. 1차 시험 예상 합격자는 2200명으로, 경쟁률은 6.12: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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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사 만한 직업 없다" CPA 뛰어드는 청년들

국내에서 배출되는 회계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90~100명에 불과했던 합격자 수는 90년대부터는 200~500명대로 늘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800~1000명 사이를 오르내리다가 지난 2018년부터 다시 늘고 있다. 올해 선발 예정 인원은 1100명이다.

최근 회계사 선발 인원이 증가한 건 지난 2018년 11월부터 시행된 신(新)외감법(개정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관련이 있다. 표준 감사 시간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도입으로 전반적인 외감 업무가 증가해 회계법인을 비롯해 일반기관, 공공기관에서 뽑는 회계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인력 증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로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된 것도 회계사 지망생 증가에 영향을 줬다. 통계청의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청년층(15~29살) 확장실업률은 25.1%로 전년대비 2.2%포인트(P) 올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5년(21.9%)부터 4년간 1%P 상승하다가 작년에 급증했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취업자 및 잠재 구직자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만 집계하는 공식 실업률보다 노동시장에서 실제 느끼는 실업 상황을 잘 드러내기 때문에 ‘체감실업률’로도 불린다.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기업 인턴 및 채용정보가 부착되는 게시판이 비어 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모(26)씨는 "학교 다닐 때도 일반 사기업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다"며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공채를 기다리며 초조해할 바에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회계사 연봉과 업무환경 등 처우도 좋아지고 있다. 신외감법 시행 이후 회계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사업연도 ‘빅4’ (삼일, 삼정, 한영, 안진회계법인)를 포함한 국내 회계법인 185곳의 매출은 3조9226억원으로 전년대비 13.2% 늘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감법 개정으로 법적 책임이 과중해져서 실무적으로는 힘들지만, 감사비가 오르면서 연봉 인상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며 "수험생들 입장에선 연봉 인상을 비롯해 최소 선발 인원 증가, 기업 채용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에 달라진 시험 풍경…확진자도 응시 가능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격상되면서 주최 측에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작년보다 구체화된 방역 수칙을 내놨다. 이번에는 자가격리자뿐 아니라 코로나 확진자도 응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

수험생이 만약 확진자일 경우 주치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각 지역의 거점병원과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지정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 자가격리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보건소 외출 허가증을 지참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시험을 치른다.

금감원 회계관리국 관계자는 "작년에는 확진자의 경우 아예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했다"며 " 올해는 확진자도 자가격리자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신청서와 조건에 맞춘 서류를 제출하면 별도의 감독관 감독 아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등 신청 현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응시자는 시험장 입실 시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발열검사 등을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또 개별 점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고, 식사는 각자 자리에 앉아서 단일 방향으로 먹어야 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식사 시간 내 이동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