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멈티(MUM-T)’로 불리는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anned-Unmanned Teaming)’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멈티란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有人機)와 조종사가 없는 무인기가 한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이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최근 수리온 기동헬기와 소형무장헬기(LAH)에 무인기를 결합한 ‘멈티’ 개념을 선보였다. 유인 헬기에 탑승한 조종사가 무인기를 발사하면, 무인기는 지시된 임무에 따라 적군 위협 지역 상공에서 정보를 수집한 뒤 작전 지휘소에 알린다. 이같은 합동작전을 통해 탐색 및 구조는 물론 지상부대 없이도 내장된 탄두를 이용한 자폭 공격 등을 수행한다.

수리온 기동헬기에서 무인기들을 발진시키는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 개념도.

LAH는 수리온 다음으로 KAI가 개발 중인 두 번째 국산 헬기다. 지난 2015년 6월 개발에 착수한 이래 3년여만인 2018년 12월 시제 1호기를 처음 공개하고 지난해 7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오는 2022년 체계개발 완료 계획을 앞두고 최초양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방산업계에서는 ‘멈티’의 강점으로 저비용·고효율로 전술적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무인기를 이용해 조종사의 생존력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유인기에서 무인기가 정확한 좌표에 정밀타격하도록 원격 조종이 가능해 공격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통 조종사들이 전투 비행 시 두려워하는 것은 적군이 언덕이나 산 뒤에 숨어있을 가능성"이라면서 "멈티를 이용하면 무인기를 먼저 보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멈티는 정찰과 타격 외에도 ▲재난 상황 ▲산불대응 ▲민간구조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군 지역에서 아군 부상병이 고립되고 통신마저 끊어지게 될 경우 후방에서 대기 중인 수리온이 소형 드론 여러 대를 투하한다. 수리온 조종사의 제어 하에 소형 드론이 부상병을 찾아내 위치를 알려주면, 수리온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구조 지점으로 이동해 환자를 구조하게 된다.

멈티 개념은 2000년대 초반, 미국 공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주요 표적을 보다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구성된 팀은 미 공군의 지상공격기인 AC-130과 무장정찰감시기인 MQ-1C 프레데터다. 프레데터는 센서를 통해 촬영한 영상 자료를 AC-130에 실시간으로 전송했고, AC-130은 이를 토대로 중요 표적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KAI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 ‘헬기와 무인기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중 한국형 항공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 개념도.

세계 각국은 이같은 멈티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 보잉은 호주 공군과 ‘로열 윙맨(Loyal Wingman)’이라는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조종사를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충성스러운 호위기라는 의미로, 인공지능(AI)이 제어한다. 로열 윙맨은 탑재된 여러 센서를 이용해 정찰감시뿐만 아니라 적과 교전·유인기 보호 등이 가능하다. 손실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저렴한 가격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멈티 개념이 항공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땅과 바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땅에선 유인차량과 지상로봇이, 바다에선 유인 전투함 혹은 중대형 잠수함과 무인 수상정 등의 조합이다. 우리 군도 지난해 9월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현대로템(064350)의 차륜형 장갑차와 다목적 무인차량(셰르파)의 합동 경비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군 당국도 멈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6월 ‘유·무인 전투기의 공대공 복합 운용개념·요구능력 분석'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 내용은 ▲유·무인전투기의 공대공 임무별 세부 운용개념과 요구능력 제시 ▲공대공 임무별 운용개념과 요구능력 적절성 분석을 통해 최적 항공기 편성 방안과 소요량 도출 ▲유·무인전투기의 공대공 복합체계의 중·장기 발전방향 제시와 정책적 제언 등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간과 로봇의 합동작전은 SF 영화에서만 보던 것이 아니라, 이제 피할 수 없는 미래전(戰)의 트렌드가 됐다"면서 "아직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우리 군도 멈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임무 수행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