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가 과당경쟁을 벌이며 외화보험을 판매하고 있다고 판단해 점검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오는 3월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선다.

25일 금감원은 오는 3월부터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나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회사 중, 이슈가 있는 판매사를 중심으로 검사를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로 외화보험의 환차손 위험에 대한 고객 안내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조처를 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보험계약자가 외국통화로 납입한 보험료를 보험사는 해당통화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보험료와 보험금이 원화 환산 시점의 환율에 따라 변동되는데, 이에 달러 투자가 각광받던 최근 2~3년간 인기를 끌었다.

가령 최근 출시된 신한생명의 ‘신한달러유니버설종신보험’의 원화보험은 월 보험료 25만원을 내고 사망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지만, 외화보험은 월 보험료 250달러를 내면 사망 보험금 10만달러를 지급한다.

금융당국은 외화보험 판매가 늘면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10월 외화보험 상품을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로 올렸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환율이 움직이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외화보험은 환율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납입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부담이 커져 손해의 위험이 있다. 보험금 수령 시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 원화가치가 떨어져 받는 돈이 줄어든다. 가능성은 적지만 투자하는 해외채권 수익률이 연동이 돼 있다면 금리 위험도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10년, 20년으로 보면 외화보험 환율 변동성은 엄청나게 크다"며 "해외에 소비자 수요가 있는지, 실수가 있는지 보고 보험사가 상품을 팔면 되는데 종신보험으로 이것을 팔면 10년, 20년 후에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만기가 끝나지 않아 피해가 확정된 것이라 볼 수 없지만, 환율이 떨어져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들어와 검사를 나가 관련 내용을 소비자에게 안내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외화보험은 과거 부자들의 재테크 상품이었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환율 상승 기대감, 안정 자산 선호 등이 맞물리면서 판매가 늘었다. 미국 달러와 대비 원화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2019년말까지는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6개사가 13개 외화보험을 출시 판매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삼성생명 등 국내 생보사들도 외화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외화보험 수입보험료는 2017년 3230억원에서 2018년 6932억원, 2019년 9790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엔 3분기 누적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보험사들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라’, ‘복리 이율 적용’, ‘낮은 환전 수수료율’ 등을 내세우면서 외화보험 판매에 적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