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 26일 정식 개관 앞두고 先공개
명품 대신 휴식공간 내세워…곳곳에 숲 조성
식품관·실내 녹색공원은 문전성시…명품관은 한적
백화점 첫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5분만에 결제

"여기 백화점 맞아요?" 24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서울을 방문한 고객들은 이런 감상평을 내놨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통적인 백화점과 달리 더현대서울은 휴식 공간을 자처했다. 식품관을 앞세웠던 현대백화점 판교와도 다른 접근법이다. 매장을 둘러보던 한 60대 여성은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스타필드(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에 가까워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정식 개관을 앞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매장 모습.

이날 낮 11시30분, 정식 개관을 이틀 앞둔 더현대서울을 찾았다. 여의도역과 연결되는 지하 2층은 입구부터 방문객으로 붐볐다. 여의도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뿐 아니라 10~20대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온 주부들, 60대 이상 중장년층 등이 매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하 1~2층과 5~6층 곳곳에 있는 카페와 식당은 빈자리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 감염병 유행에도 불구하고 더현대서울이 문전성시를 이룬 데는 서울 중심부라는 지리적 이점과 10년 만에 새로 생긴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화제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곳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로 개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더현대서울은 지하 7층, 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은 8만9100㎡(2만7000평)에 이른다. 축구장 13개 크기다. 고객이 걸을 수 있는 동선은 최대 8m로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너비다. 다른 점포 대비 2~3배 넓다.

더현대서울이 자랑하는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는 '휴식 공간'이다. 영업면적 가운데 51%만 판매에 할애 했다.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보다 14%포인트 낮은 비율이다. 나머지 49%는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이다. △12m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풀 가든 △천연잔디에 30여그룹의 나무와 꽃을 심은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1000평) △매장 곳곳에 들어선 3400평 규모의 실내 조경 공간이 볼거리다.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입점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

층별 매장 구성 방식도 기존 백화점과 달랐다. 많은 백화점이 지하 1층에 식품관, 1층에 해외명품·화장품, 2층에 여성패션 등 제품군에 따라 층을 구성하는데 더현대서울은 각 층에 테마를 정해 제품군을 섞었다. 가령 지하 1층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creative ground)로 이름 붙이고 △H&M그룹의 중고가 브랜드 아르켓 아시아 1호점 △운동화 중고 매장 번개장터의 첫 오프라인 매장 △명품 시계 전문 재판매 전문 매장 용정콜렉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를 입점시켰다.

고객들이 가장 붐빈 곳은 5~6층이었다. 한 가운데 잔디와 숲이 조성됐고, 삼성과 LG 메가스토어(가전제품 전문 대형 매장), 블루보틀 등 카페, 음식점,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 문화센터 컬처하우스 1985(CH.1985), 한국판 아마존고(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들어섰다.

더현대서울의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 외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기술이 적용된 언커먼스토어는 10평 규모로 작았지만 계산대가 없이 자동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자가 직접 물건을 구매해 보니 5분 안에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됐다. 다만 현대식품관 투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결제카드를 등록해야 이용이 가능해 많은 고객들이 실제 제품을 구입하지는 못하고 돌아섰다.

백화점의 얼굴로 불리는 1~2층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건 현대백화점그룹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더현대서울은 1층에 해외명품과 화장품·향수를, 2층에 해외패션과 남녀 의류, 운동화 매장을 배치했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가 몰렸다.

업계에선 더현대서울이 고객 유치 효과가 큰 3대 해외 명품(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초기 입점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방문객 수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고객들은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수가 적고 늦게 온다며 불만을 표했다. 주차공간은 지하3층부터 지하6층까지로 총 2248대를 주차할 수 있다.

더현대서울 내부 모습.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여 더현대서울을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라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경험과 미래 생활가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