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 빼고 한국·일본·대만과 핵심 부품 공급망 재편"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줄이기 위해 호주와도 긴밀한 공조
EV 배터리 분야서도 LG, 파나소닉과 연계하는 대책 마련될듯
日, 미국의 '중국 고립' 구상에 동참… 韓 정부 거취에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과 산업 동맹 전선을 강화해 '중국 고립시키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등으로 정치·경제적 패권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첨단 부품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시켜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강경책으로 풀이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달 안으로 반도체, 전기차(EV) 배터리 등을 포괄하는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을 새로 짜기 위해 동맹국과 연계를 강화하고 국가전략을 수립하도록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다는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핵심 부품, 소재 공급망을 재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대통령령 원안이 반도체, EV 배터리뿐만 아니라 희토류, 의료용품과 같은 핵심 자원들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를 정치적 도구화하는 것을 차단하고, 최근 남미, 동남아 등에 펼치고 있는 중국산 '백신 외교'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랜 기간 반도체 굴기를 외쳐온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과 기술역량을 제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지인 한국, 대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이번 대통령령에는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이 반도체와 관련한 중요 소재·부품 공급망의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품목을 서로 보완하면서 비상시 신속하게 빌려주고 빌려쓰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동맹국간 추가 생산능력과 비축품을 확보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과의 거래를 줄일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이같은 강경책을 쓰게 된 배경은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은 산업뿐만 아니라 우주, 항공, 군사 기술 분야에서도 중추적인 요소다. 미국의 반도체 전문지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은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관제, 유도 미사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 약화는 결과적으로 국가안보와 연관된 기술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이 일제히 중단되면서 미국은 대만 TSMC와의 관계에도 공을 들여야하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공장을 미국 애리조나주에 유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백악관이 직접 나서 TSMC, 대만 정부와 협의를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약 80% 수준을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역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이미 착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미국이 호주와 아시아 국가들을 활용해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 생산업체 라이너스는 미 국방부의 자금원조를 받아 텍사스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LG화학, 파나소닉과 연계하는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 측은 미국의 이같은 구상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봤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측도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같은 미국의 구상을 통해 일본 역시 미래 지향적인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쉬워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