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1위 애플에 내줘
애플, 출고가 낮추고 중저가폰 라인업 강화
중저가폰에 힘주는 삼성…SW 지원도 확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삼성전자(005930)의 지위가 위태롭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 시리즈 출고가를 낮추고 보급형 모델에 힘주며 고가폰 시장뿐 아니라 중저가폰 시장까지 빠르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기존 스마트폰의 사후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저가폰 라인업 강화로 점유율을 끌어올려 애플의 추격을 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8%로 삼성전자(16.2%)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는 ‘아이폰12’ 시리즈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애플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년보다 한 달 늦은 10월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4분기에 판매가 집중됐다.

애플은 아이폰12의 늦은 출시에도 연간 전체 기준으로도 중국 화웨이(13.5%)를 제치고 삼성전자(18.8%)에 이어 14.8%로 2위로 올라섰다. 가트너는 "아이폰12 출시로 애플이 4분기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며 "스마트폰 1위를 차지한 것은 2016년 4분기가 마지막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길우

과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은 2016년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를 처음 선보인 후 지난해 4년 만에 아이폰SE 2세대를 출시했다. 출고가를 50만원대로 낮추고 화면을 키우는 등의 노력으로 시장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폰SE 2세대 시리즈의 후속작은 올해 상반기에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화웨이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진 공백을 최대한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처럼 애플이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갤럭시S21 시리즈의 출고가를 낮추고 예년보다 한달 빨리 조기 출시하며 애플에 견제구를 날렸다. 갤럭시S21 기본형 모델은 100만원 이하로 출시했다.

시장에서 효과는 분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1 시리즈의 국내 판매 실적(1월 29일~2월 8일)은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11일간)에 약 30%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갤럭시S21 시리즈는 전작 대비 20% 이상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에서 소비자들이 ‘갤럭시S21’로 자기 자신을 찍는 ‘셀피’ 기능을 사용해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후지원 시스템도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애프터서비스(AS)는 강점이지만, 소프트웨어(SW) 지원은 애플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은 자사 아이폰에 운영체제 iOS 업데이트를 길게는 5∼6년 지원하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은 2년 지원에 그쳐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애플의 사후지원 정책은 아이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보안 업데이트 지원을 최소 4년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2019년 이후 출시 모델로, 전 세계적으로 약 130개 이상의 모델에 대해 정기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지원 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갤럭시A31 프리즘 크러시 블루 색상 모델.

또 삼성전자는 중저가 시리즈인 갤럭시A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A31’의 경우 30만원대란 저렴한 출고가에도 접사까지 지원하는 쿼드 카메라와 5000㎃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가 아닌 갤럭시A31로 100만대 넘게 팔렸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중저가폰이 최고 효자 역할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곧 유럽, 인도 등에 갤럭시A52, 갤럭시A72 등 새로운 A시리즈를 출시하고, 국내에도 상반기 내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갤럭시A 시리즈에는 방수·방진 등 일부 플래그십 기능까지 지원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며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큰 차이가 없어지고 전체적인 출고가도 높아져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고려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이 괜찮았던 데는 A시리즈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S21과 폴더블폰 라인업과 함께 A시리즈로 중저가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다면 올 한 해 더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