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와 생리대 등을 만드는 일본 굴지의 생활용품 제조사 유니참이 중국 시장에서 인도와 아프리카, 남미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경쟁이 과열된 중국에선 힘을 빼고, 성장 잠재력이 인도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유니참 기저귀.

22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유니참은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아기 기저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올해 투자 예산 500억엔(약 5283억원) 중 상당 부분을 지출할 계획이다. 유니참은 한국에서는 LG생활건강과 합작해 ‘LG유니참’을 설립해 2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한국 지류용품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카하라 유니참 최고경영자(CEO)는 22일 기자 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신흥국 시장의 최소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고 싶다"며 신흥국 시장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아프리카와 인도,남미로 설정한 계획을 발표했다.

유니참은 어떤 국가든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3000달러(약 332만원)를 넘으면 기저귀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예측에 따라 유니참은 2019년 1인당 GDP가 2200달러를 기록한 인도, 가나,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의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중국 시장’에서 힘을 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 기저귀 시장은 2019년 기준 88억달러(약 8조 8000억원) 규모로, 10년 전보다 3배 증가했을 정도로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또한 그간 일본 브랜드가 생산한 기저귀는 품질과 착용감이 좋다는 인식으로 판매량도 좋았다.

하지만 중국 현지 업체들이 일본 제품의 장점을 따라하면서 경쟁이 심화되며 유니참은 위기를 맞았다. 현재 중국 기저귀 제조업체는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무한 경쟁 속 유니참은 미국의 P&G와 같은 경쟁 업체의 고급화 전략을 따라가지 못했고, 전체 시장의 6-70%를 차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유니참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2년 11%에서 2019년 7%로 감소했고, 매출 부진으로 인해 투자금 회수에 실패하며 중국 공장에서만 119억엔(약 125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니참은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동남아에서 성공했던 ‘현지맞춤형 전략’을 펼 계획이다. 작년 유니참은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를 쫓는 기저귀를 출시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유니참은 이러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관련 노하우를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에서 인도와 아프리카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경쟁업체로 꼽히는 일본의 다이오제지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조준하기 위해 터키를 교두보로 삼아 진출했고, 남미에 진출하기 위해 브라질의 현지 기저귀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다이오제지는 "기저귀 판매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 신흥국 시장에서 위생 용품 및 기타 제품의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