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8㎓ 5G 전자파강도 측정 기준 마련
AI 통한 무선국 전자파 예측 평가방법 등 도입
통신3사, 비용 부담에 28㎓ 기지국 구축 소극적

SK텔레콤 직원들이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서 5G 기지국을 구축∙점검하고 있는 모습.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초고주파(28㎓) 대역 상용화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존의 전자파 평가 방법을 바꾼다. 2019년 이후 상용화 중인 국내 5G 서비스는 3.5㎓대역으로 애초 정부와 통신사가 주장했던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속도가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겉으론 장단을 맞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난색을 보이며 28㎓ 상용화에 소극적이다.

◇ 28㎓ 안정성 검증 강화…통신3사에 상용화 압박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립전파연구원은 올해 ‘28㎓ 5G 신기술 이용 무선국 전자파강도 평가기술’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재 기지국 전자파 강도의 전수·현장 측정 방식의 한계에 대비하고, 초고주파 5G 기반 시설에 대한 전자파 평가 방법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게 목적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통신업계에 압박으로 작용한다. 28㎓(기가헤르츠) 전자파에 대한 안정성 결과를 확보해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28㎓ 5G 기지국의 빔포밍, 데이터 전송속도 현장 측정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한 ‘보상계수’ 적용 개선 방법을 마련한다. 보상계수란 무선국의 최대 전자파강도를 산출하기 위해 무선국의 기준신호의 전자파강도 측정값에 적용하는 인자를 말한다.

또 인공지능(AI) 기법을 이용한 예측 평가방법도 도입한다. 설치환경(도심·농촌·주거·상업지역)에 따른 AI 알고리즘 기반의 전자파 노출 예측 시뮬레이션 개발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공

그러나 올해에도 28㎓ 대역이 상용화될지는 미지수다. 통신3사는 28㎓ 주파수 대역 기지국을 지난 2019년 약 5000개, 지난해 약 1만4000개를 설치한다고 했으나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5G 기지국 수도권 쏠림 현상과 품질문제, 28㎓ 상용화 지연을 지적하며 5G 투자 확대를 요구했지만, 현재 전국에 구축된 28㎓ 주파수 대역 기지국은 45개에 그치고 있다. 박성중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통신 3사에서 무선국 운영이 가능한 준공신고 단계의 28㎓ 기지국은 SK텔레콤(017670)이 44대, LG유플러스(032640)1대, KT(030200)0대로 집계됐다.

최기영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통신 3사가 28㎓ 주파수 대역에 구축해야 하는 기지국 목표를 최대한 맞추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지난 2018년 진행된 5G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 3사는 올해까지 각 사별로 28㎓ 기지국을 1만5000개, 총 4만5000개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최 장관은 "기술적인 문제가 조금 있고 여건 조성이 안 됐다"며 "올해 안으로 최대한 구축할 수 있도록 업계가 협의한 만큼 같이 협력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G 투자 세액 공제율을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3%를 적용하고, 전년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도 3%를 추가 적용한다.

◇ 5G 설비투자 줄이는 통신 3사…주파수 할당 취소로 이어질까

정부의 의지와 달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5G 투자를 줄이고 있다. 통신 3사 모두 지난해 5G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전년보다 20% 이상 줄였다. 올해도 규모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거나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들은 고주파로 갈수록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지고 투과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대비 성능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통신사들은 초고주파 대역으로 5G망을 상용화한 미국 버라이즌이 이런 문제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28㎓ 대역이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지만, 그 사이에 책이라도 놓으면 전파가 끊기고 이를 위해 기지국을 기존보다 5~6배 더 설치해야 하는 점이 큰 부담이란 것이다. 또 초고주파 수신이 가능한 기기, 소프트웨어(SW) 미비 등을 이유로 28㎓ 상용화가 올해도 힘들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KT 광화문 사옥,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전경.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세계 첫 5G 상용화 타이틀’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애를 먹고 있다"며 "28㎓ 대역의 경우도 해외 롤모델 국가도 없고 관련 기술도 검증이 안 된 상황에서 투자를 확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일부 투자가 진행되더라도 주파수 특성상 매우 한정된 공간에서 B2B(기업용) 용도로만 사용되거나, B2C(소비자용)의 경우는 현 3.5㎓ 대역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통신 3사의 미온적인 움직임에 28㎓ 주파수와 인접한 28.9~29.5㎓ 대역(600㎒폭) 주파수를 일반 기업들도 구축해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즉 네이버나 삼성전자 등 일반기업도 특정 지역 내에서 특정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5G망을 구축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마저도 통신 3사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망 운영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인접한 통신사 중계기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자체 5G망 구축도 어렵다는 이유로 통신업계의 협력 의지는 제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통신 3사에 대한 주파수 할당 조건인 기지국 구축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28㎓ 주파수 할당 취소까지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