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이스타항공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재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6월부터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회사를 둘러싼 각종 위험요소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스타항공이 다시 날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법원으로부터 오는 5월 2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고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위장 말) 방식으로 매각을 준비 중이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 매수권자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따로 공개 입찰을 진행한 뒤, 다른 예비 인수자가 우선 매수권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인수자를 변경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당초 사모펀드와 건설사 등 4곳이 이스타항공에 인수 의향을 보여왔지만, 법정관리 이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이 6~7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운항 재개를 위해 재매각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4월쯤 인수자를 최종 결정하고 체불 임금과 미지급 퇴직금 등의 지급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난과 채무 등으로 지난해 3월부터 전 노선을 ‘셧다운’했다. 같은해 2월부터 직원들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기업 재기를 위한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던 제주항공(089590)과의 인수합병(M&A)까지 무산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1200여명이던 직원들은 70%가 정리해고돼 470여명으로 줄었다. 회사에 쌓인 채무액은 여전히 170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통해 현재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주식 감자나 소각이 예상되는 등 낮아진 자산 가치로 인수자 입장에서는 조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LCC들은 올해 수천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반면 이스타항공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수자를 찾기 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비용 규모를 줄여 놓은 점이 인수 희망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수 희망자를 언급하는 사측의 주장에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지난해부터 경영진은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계속 말해왔지만 결국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채무를 제대로 탕감하기도 전에 인수 희망자가 많다는 얘기만 강조하고 있으니 직원들 입장에선 사측의 수습 과정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9월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후 "인수 의사를 밝힌 8곳 정도와 재매각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며 10월 중순까지 사전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 한 곳과도 구체적인 협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존속 가치와 각종 리스크를 고려할 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스타항공이 확보해 놓은 운수권과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등은 매물 가치로 꼽히지만, 미지급금과 체불 임금 등 채무와 노사 갈등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이스타항공이 회생절차 후 중단된 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아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내 LCC들도 코로나 여파로 국내선 출혈 경쟁을 하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탄생할 ‘메가 LCC’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