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2월 국회에서 연일 화두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미디어TF)를 통해 언론사에도 '가짜 뉴스'에 대한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을 이달 중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고의적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정보는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고, 노웅래 미디어TF 단장은 "언론은 성역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국회에는 이미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법안 외에도 규제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정정보도를 언론사가 방송 프로그램의 시작 부분 또는 신문의 첫 지면에 게재토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고,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는 가짜뉴스 삭제 요청을 받는 경우 포털사이트가 이를 삭제해야 하고, 이를 수차례 위반할 시 영업 정지 또는 폐쇄조치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은 가짜뉴스가 확산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이를 유통하는 매체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각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실이 작성한 심사보고서 문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야 규제 실효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언론보도까지 불법 정보로 규제될 수 있어 과잉규제 측면이 있다",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 등 법안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지적이 한가득이다.

실제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전날(18일) 국정홍보 채널에서 제기된 '월성원전 인근 주민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매일 1g씩 검출된다'는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하루에 월성원전으로부터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0.4g 수준"이라며 "그것도 (가짜뉴스라고) 판단하지 못하면서 어떤 걸 가짜뉴스라고 판단하겠다는 거냐"고 했다. 가짜뉴스 판단에 대한 근거가 미흡한 셈이다.

21대 국회에 기자 출신 민주당 의원은 10명에 이른다. 이낙연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고, 미디어 TF 단장인 노웅래 의원도 매일경제신문과 MBC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그 밖에도 민형배(전남일보)·양기대(동아일보)·윤영찬(동아일보)·정필모(KBS)· 허종식(한겨레)·김종민(시사저널)·박광온(MBC)·김영호(국민일보) 의원 등도 기자 출신이다.

이들 중 가짜뉴스 규제법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지적하는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노웅래, 정필모, 허종식 의원 등은 미디어 TF 참여에 앞장서고 있고 민형배 의원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박광온 의원은 정정보도를 첫 지면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시작 부분에 싣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법안에 대해 '언론 재갈법'이라고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후배 언론인 재갈 물리기법’이다. 만약 기자 출신 여당 정치인들이 아직 현역 언론인이었다면, 저런 법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했을지 궁금하다.

언론 현장을 지키고 있는 후배들을 상대로 ‘재갈 물리기’를 하는 게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 불가피했다면, 최소한 취재 현장에서 ‘언론인 출신 선배 대접’은 바라지 않아야 염치가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