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퇴행적 판결"…항소키로

지난 8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법원의 자사고 지정취소 판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재학당(배재고 학교법인)과 일주세화학원(세화고 학교법인)이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배재고·세화고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지정 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재작년 자사고 재지정평가 4달을 앞두고 기준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린 것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7월 운영성과평가 대상 자사고 13개교 가운데 기준점수에 미달한 배재고·세화고 등 8개교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 평가 등의 지표로 각 학교 5년간의 운영성과를 평가해 70점을 넘지 못하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전 기준점수는 60점이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시작 약 4개월 전에 이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그러자 해당 자사고들은 평가 직전 학교에 불리하게 변경된 기준과 지표로 지난 5년을 평가받는 것은 신뢰보호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이 ‘자사고 퇴출’을 전제로 지표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해당 자사고들은 법원에 지정취소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도 제기하면서 현재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재판부가 배재고와 세화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교육청과 소송 중인 나머지 6개 자사고(경희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숭문고·신일고 1심 선고는 내달 23일 예정됐고, 나머지 학교도 선고만 남긴 상태다.

이날 판결은 작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부산 해운대고가 1심에서 승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고는 재지정 평가에서 종합점수 54.5점(기준점수 70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다.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부산시교육청은 (2019년 재지정평가때) 커트라인을 2014년보다 10점이나 상향하고 감사 등 지적사례로 인한 최대 감점을 9점 확대했다"면서 "해운대고 입장에선 평가 기준 및 지표 변경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데 부산교육청이 이를 소급적용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있을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24곳은 학교 폐지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에 따르면 2025년 3월에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김재윤 세화고 교장은 판결 후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교육방침에 맞춰서 열심히 학생들 가르치고 했기에 지정 취소라는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본연의 교육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했다.

선고가 남은 다른 자사고 측과 협의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같은 취지로 (소송을) 해왔기에 예측은 할 수 없지만, 저희끼리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법원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 배재고, 세화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는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퇴행적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처분 과정에도 아무런 법률적․행정적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