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에게 취업 제한 대상자라는 사실을 통보하면서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언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만기 복역하고 그 이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되면 2027년까지 경영 활동을 못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제한 기한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등이다. 이 부회장이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면 2027년 하반기에나 경영 복귀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출소 후 바로 경영 활동에 참여하려면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 장관의 취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등도 취업제한 조치로 경영에서 한시적으로 물러난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법 규정에 따라 회장직을 포함해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의 취업제한은 이달 18일 풀린다.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취업제한 규정이 신규 취업에 국한할 뿐 기존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무보수로 근무해온 만큼 취업제한 규정과 무관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450억원 횡령 혐의로 2014년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듬해 8월 사면·복권돼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최 회장 측은 사면 전에도 "무보수로 재직 중이어서 ‘취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도 무보수로 일해왔기 때문에 최 회장처럼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 제한의 취지가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사후적으로 금전적인 이익 등을 얻지 못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무보수인 이 부회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보수를 받지 않으니 취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입법 취지를 왜곡하는 해석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어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특경가법상 취업제한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등기 여부, 보수 수령 여부보다는 경영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그룹의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취업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에 묶일 경우 사면을 받지 않는 이상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경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이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하면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법무부장관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다. 법무부는 "취업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심의 절차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았다. 김 사장은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승인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17일부터 이 부회장의 일반인 면회가 허용되면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 부회장을 만나 최대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반도체 투자 등 중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취업제한 통보가 나오면서 이런 투자 결정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