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 연초부터 신형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올해 변경된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반영해 발 빠르게 가격을 조정하면서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아이오닉5 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기아(기아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가격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브랜드 아이오닉의 첫차 아이오닉5 티저이미지.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오는 23일 공개된다. 아이오닉5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는 당초 2월 초로 예정됐다가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다시 한번 더 미뤄졌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발표를 미룬 배경에는 코나 화재 등 여러가지 이슈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테슬라 모델Y의 가격이다. 아이오닉5 월드 프리미어 날짜는 테슬라 모델Y 가격이 공개되고 3일 후에 발표됐다. 모델Y의 가격은 당초 6000만원~7000만원대로 예상됐으나 테슬라는 스탠다드 레인지의 가격을 5999만원으로 책정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6000만~9000만원대 차량의 경우 보조금을 작년 대비 절반만 지급하기로 하자 이 이하로 금액을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탠다드 트림은 1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롱 레인지는 6999만원, 퍼포먼스는 7999만원이라 보조금을 절반만 받는다.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여부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자 현대차도 아이오닉5의 가격 전략을 재검토해야 했다.

그래픽=박길우

업계에 따르면 당초 현대차는 테슬라 모델Y의 시작가격이 60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춰 아이오닉5의 가격을 5000만원 중후반대로 계획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6000만원 미만 트림을 내놓으면서 현대차도 아이오닉5의 가격을 5400만원대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5 항속(장거리) 모델은 5400만원대, 기본 모델은 5200만원대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아이오닉5의 주요 제원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몸집은 모델Y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장은 모델 Y보다 111㎜ 짧지만 축거는 110㎜ 더 길어 내부 공간은 모델Y와 비슷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5의 1회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와 가격 등이 소비자들의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들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모델3 롱레인지의 경우 부분변경(리프레시) 차량인데도 기존 모델 대비 480만원 낮은 5999만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모델3 롱레인지도 정부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도 6000만원을 넘지 않았던 스탠다드 플러스(5479만원)와 가장 가격이 높은 퍼포먼스(7479만원) 모델은 가격 변동이 없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14일(현지시각) 대표 전기차 볼트 시리즈를 새로 출시하면서 큰 폭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날 GM이 선보인 쉐보레 볼트EV는 3만1995달러(3531만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UV는 3만3995달러(3752만원)에 출시됐다. 볼트 EV는 기존 모델 대비 시작 가격이 540만원 가량 낮아졌다. 국내 출시 가격은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