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끝난 첫날, 원·달러 환율 5.6원 내려… 1100원 근접
환율 4거래일간 20원 넘게 하락… "美 경기회복 기대감"
1080원 단기저점… "韓 내수전망 어두워 급락은 없을 듯"

설 연휴 직후인 15일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가자 추가적인 환율 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기부양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위험선호로 인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기와 달리 우리나라 경기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효과'로, 내수 중심으로 여전히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원화 약세 요인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6원 내린 1101.4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1일(1098.2원) 이후 15거래일 만에 최저치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2.0원 내린 1105.0원에 개장한 환율은 장중 낙폭을 키우며 1100원에 임박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환율은 설 연휴 전인 지난 5일(1123.7원)부터 10일(1107.0원) 사이 3거래일 간 16.7원 내린 것을 포함해 일주일 새 20원 넘게 하락했다.

최근 환율이 이처럼 내린 건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달러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지수는 90.45로 5일(91.55) 대비 1.2% 절하됐다. 뉴욕 3대 주식이 설 연휴 중이었던 지난 1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비트코인이 5만달러에 가깝게 오르는 등 위험선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둔화되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데다,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하원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저점을 1080~1090원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의 저점이 1080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해 이번주 중 1110원을 깨고 내려가 추가적인 하향을 점치는 분위기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3% 오르면서 석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른 점도 반영됐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경제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기존 저점인 1080원선을 하단으로 두고 하락을 시도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과 같은 급락세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달 1~10일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69.1% 증가하는 등 글로벌 경기와 연동된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내수 경기 전망은 어둡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를 가파른 강세로 끌고갈 만한 재료도 많지 않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올해 '반도체 착시효과'를 우려하며 "반도체를 제외한 성장모멘텀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7일 '2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와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으로 이익이 늘어난 대형 수출업체가 이끄는 경상수지 흑자가 전체 경기를 상당히 왜곡할 수 있다"며 "한미 경기간 디커플링이 일어나면 달러가 약세를 보여도 환율이 그만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