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수익성 논란에 코로나19까지 직격탄
10조 넘는 적자 낸 손정의 '비전펀드'
'미국판 배민' 도어대시 상장 대박으로 반전
美 상장 앞둔 쿠팡도 수익률 7배 기대감

그래픽=박길우, 소프트뱅크의 2020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은 2020년 10~12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공식화하자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철학이 부각되고 있다. 테크산업 내 혁신기업에 조(兆) 단위로 돈을 쏟아부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손정의식(式) 투자법’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뚫고 다시금 하나둘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19년 하반기부터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회사인 위워크 투자 실패,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투자기업의 부침으로 창업 이래 최악의 적자를 내는 등 위기를 겪어 왔다. 이는 곧 ‘손정의의 위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안 된 현재 소프트뱅크, 특히 이 회사가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 투자기업의 가치는 재조명되고 있다.

이 중 최대 관심을 받는 기업은 쿠팡이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2015년(10억달러), 2018년(20억달러)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쿠팡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38%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추가 투자 시점, 쿠팡의 누적 적자 규모가 2조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쿠팡이 최대 500억달러(약 5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할 경우, 소프트뱅크의 지분가치는 190억달러(약 21조원)로 치솟을 전망이다. 투자금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대박 투자’가 되는 셈이다.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기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12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미국판 배달의민족(배민)’ 도어대시에 6억8000만달러(약 75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에 따른 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로 크게 뛴 상태다. 투자수익률로 환산하면 13배를 웃돈다.

같은 달 미국 증시에 상장한 온라인 부동산 스타트업 오픈도어 투자금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는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로 4배가량 뛰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비전펀드가 투자한 이후 상장한 기업 기준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1조엔(약 10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비전펀드의 투자 손익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557억엔(약 14조원)으로 크게 회복한 상태다.

2016년 320억달러(약 35조원)의 거액을 들여 인수했다가 최근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한 반도체 설계전문회사 ARM의 가치가 최근 크게 뛰어오르고 있는 점도 손 회장의 투자 안목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입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설계 최강자로 알려진 ARM은 최근 들어 PC,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쿠팡뿐 아니라 중국 대표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디디 등이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비전펀드 수익률을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현재 비전펀드 포트폴리오에 들어가 있는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점도 호재인 만큼 ‘손정의 파워’가 여전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