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기대 못 미친 VR…코로나19로 수요 커져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100만대 판매 추정
애플, 내년 8K 고성능 VR 헤드셋 출시 전망
VR 철수설 삼성전자, 최근 관련 특허 출원 잇따라

삼성 기어 VR을 통해 갤럭시 언팩 행사를 체험 중인 관람객들.

가상현실(VR) 시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페이스북의 신형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흥행하며 전 세계 VR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애플도 올해 1분기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VR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이르면 올해 새로운 VR 헤드셋(HMD,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VR 시장에서 철수한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지난 2018년 고성능 VR 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 이후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기어 VR’ 시리즈도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리뉴얼해 출시했지만, 현재는 업데이트마저 중단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삼성 VR 비디오 앱의 오큘러스 고,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퀘스트 지원을 중단했다. 이어 9월에는 웹, 모바일, VR 플랫폼을 통해 VR 콘텐츠를 제공해왔던 ‘삼성 XR(Samsung XR)’ 서비스를 종료했다.

삼성 기어VR.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VR 시장이 애초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착용감 및 사용성, 멀미 등 어지러움, 부족한 킬러 콘텐츠 등 여러 문제점이 VR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등 유력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며 VR이 사실상 반짝했다가 사라진 3D TV처럼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왔다.

하지만 VR 시장 침체 속에서도 페이스북이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함께 이 시장을 꿋꿋이 지켜왔다. 특히 지난 2018년 단독형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공개하며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왔다.

과거 VR은 스마트폰을 HMD(머리장착디스플레이) 기기에 삽입해 사용한 경우와 일체형 HMD를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 두 가지뿐이었다.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의 경우 PC 연결이나 스마트폰 장착 없이 헤드셋만으로 고성능 VR 콘텐츠를 구현한다. 가격도 저렴했다. HTC 바이브 등 타사 일부 고성능 VR 헤드셋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오큘러스 퀘스트는 40만원대 가격으로 출시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모델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사용하는 모습.

페이스북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전작보다 무게도 가벼워지고 공간동작자유도(DoF) 레벨6 지원 등 성능도 향상됐다. 가격도 전작보다 100달러(약 11만원) 더 저렴하지만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타제품들을 성능에서 압도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퀘스트2의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VR 시장 대중화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중국산 고사양 VR보다 가성비가 앞서며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최근 SK텔레콤(017670)과 협력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며 약 1주일간 1만대를 넘게 판매했다. 11번가에서는 출시 개시 1시간 만에 700대가 팔렸고, 3일만에 약 4000대가 판매됐다. 1시간 만에 700대가 판매된 것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판매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그동안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에서도 정식 판매된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 최소 수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도 1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VR 콘텐츠를 찾아 즐기는 이용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규모는 지난해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서 2024년 728억달러(8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애플 VR 헤드셋 렌더링 이미지.

그동안 AR(증강현실) 글래스 개발 소식만 들려오던 애플도 내년 1분기 중으로 고성능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란 게 투자은행 JP모건의 관측이다. 애플이 개발 중인 기기는 공간동작자유도(DoF) 레벨6과 함께 8K 디스플레이 2개, 눈 움직임과 손동작을 추적하는 카메라 12개가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최소 500∼3000달러(56만~336만원)로 높은 가격이 예상되지만 전 세계 애플 제품이라면 꼭 구매하는 이용자가 많은 만큼 VR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신형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지난해 10월에 미국 특허청에 ‘갤럭시 스페이스’라는 VR 헤드셋 브랜드로 추정되는 상표를 등록했다. 지난달에는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부속기관인 헤이그국제디자인시스템에 혼합현실(MR) 헤드셋과 컨트롤러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삼성전자 신형 VR 헤드셋 랜더링 이미지.

MR은 VR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력하는 분야다. MR은 VR과 AR이 혼합된 개념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VR이 아닌,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스마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대다수 VR 헤드셋이 MR 형태로 나오지만 각 제품마다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획득한 헤드셋은 머리에 착용하는 디자인으로 꿀벌 눈을 연상시킨다. 머리를 감싸는 헤드밴드와 양쪽 귀에 닿는 헤드셋이 하나로 구성됐다. 컨트롤러는 손잡이 형태에 터치패드, 조이스틱, 버튼 등이 통합됐고, 단독형 기기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