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주산 와인의 중국 수출이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호주산 와인에 최고 212%의 보증금 관세를 부과하면서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으로의 와인 수출은 97% 급감했다.

중국은 호주 와인을 가장 많이 사는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조사를 요구하는 등 반중 행보를 본격화하자, 중국은 호주에 경제 보복으로 맞섰다.

호주 와인 산업 단체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A)’는 3일 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본토의 호주 와인 수출이 10억1000만 호주달러(약 8600억 원)로, 1년 전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국으로 수출한 와인 용량은 9600만 리터로 29% 줄었다.

안드레아 클라크 WA 최고경영자는 "중국이 지난해 11월 말 관세를 부과한 후 중국 본토로의 와인 수출이 즉각 감소했다"며 "올해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으로의 와인 수출은 400만 호주달러(약 34억 원)로 쪼그라들었다. 2019년 12월(1억7300만 호주달러) 대비 97% 감소한 수치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와인.

중국은 호주의 최대 와인 수출 시장이다. 중국이 2019년 초 호주 와인에 대한 모든 수입 관세를 폐지한 후 중국에서 호주 와인 수입이 급증했다. WA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수입 와인 시장에서 호주가 프랑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37%)를 차지했다. 프랑스(27%), 칠레(13%), 이탈리아(6%)가 호주 다음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8월 호주산 와인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후 11월 28일 최고 100~212%의 보증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호주산 와인을 중국으로 수입하는 회사들이 와인 가격의 최고 두 배 넘는 보증금을 정부에 예치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호주 와인 가격이 비싸져 수입사가 호주 와인을 수입하기 어려워진다. 당시 중국 정부에 조사를 요청한 중국주류협회는 호주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과도하게 낮춰 중국 국내 업체들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대유행 발생 후 중국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정부의 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호주는 앞서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코로나 중국 발원설’에 동조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 정부는 호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중국인 것을 이용해 호주에 경제적 제재·보복 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보리·소고기·철광석·와인·랍스터 등 호주의 주요 수출품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