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김선빈·한종석, 경제학회서 기본소득 효과 분석 발표
기본소득 월 30만원 지급 정책실험 진행… 비용 연 141조 소요
"생산·후생에도 부정적 영향… 재원논의 반드시 뒤따라야" 강조

정치권을 중심으로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 지급이 소득재분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제학자 3인의 연구결과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매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실험 결과 소득세 인상으로 재원을 충당할 경우 오히려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되고 사회적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장용성 교수와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E)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용성 서울대 교수, 김선빈 연세대 교수, 한종석 KIPF 연구위원

장 교수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며 "선별적 복지를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로 대체하는 것은 저소득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3인은 이번 연구에서 국내 25세 이상 성인 3919만명에게 매달 기본소득 30만원(연 360만원)을 지급하는 데 따른 재원 마련안을 두고 정책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연 141조로 국내총생산(GDP·2019년) 대비 7.35%에 해당했다. 실험은 소요재원 전체를 소득세율 인상으로 충당하는 기본시나리오와 함께 현금급여 폐지, 현물급여폐지, 자본소득세 인상, 소비세율 인상 등 가정한 총 5가지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했다.

정책실험 결과 141조원을 전액 소득세율 인상으로 충당하려면 소득세율은 24.4%까지 오르게 된다. 2019년 대비 17.6%포인트(p) 높아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거시경제와 소득재분배, 후생효과 등에 미치는 결과는 일제히 부정적이었다. 총자본(-33%)과 총유효노동력(-16%) 감소로 총생산이 19% 줄었다. 일을 해 납부하는 소득세가 일제히 올라는 반면 일을 안해도 기본소득이 지급되니 노동유인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니계수로 대표되는 소득재분배의 악화는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세후소득은 기본소득으로 보완이 되는 덕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세전소득 상 지니계수는 현물급여 폐지를 제외하고 모두 악화됐다. 특히 기준시나리오에서 지니계수는 기존 0.413에서 0.514로 오름폭이 가장 컸다. 나머지 실험에서는 0.413~0.507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기존의 현물급여와 현금급여를 폐지하는 경우 지니계수가 각각 0.413, 0.46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장 교수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지니계수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비적 동기의 노동감소가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근로소득이 없는 계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득세율 인상으로 비용을 충당할 경우 이자율이 대폭 올라 자산이 있는 고소득·고령층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기본소득 지급시 저소득층 중심으로 노동은 물론 저축유인이 낮아져 고소득층은 노동소득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자산소득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후생 측면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컸다. 소득세율 인상시 생산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와 세부담증가로 인한 후생하락이 여가가 늘어나는 후생증가보다 더 커져 전체적으로 더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