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들이 ‘코로나발(發) 칼바람’에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기가 침체돼 매출이 감소한데다, 최근 졸업식마저 취소하는 학교가 많아 연중 최대 대목을 놓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aT화훼공판장의 전체 절화 거래량은 943만송이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9만송이)보다 약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화(折花)는 꽃봉오리를 줄기, 잎과 함께 잘라낸 꽃을 말한다. 주로 꽃다발, 화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서울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 부산 엄궁동 화훼공판장의 1월 절화 거래량도 감소했다. 이곳에서의 올해 1월 절화 거래량은 181만송이로 전년 동기(247만송이)보다 27%나 줄었다.

작년 한 해 절화 거래량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는 총 1억2700만송이로 2019년(1억4408만) 대비 12% 줄었다. 이곳 공판장에서 절화 거래가 감소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부산 엄궁동 화훼공판장의 지난해 절화 거래량(4014만송이) 역시 2019년(2764만송이)과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했다.

절화 거래가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종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시무식을 개최하면서 절화 판매가 작년보다 떨어졌다고 절화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코로나 쇼크로 인한 경기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절화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원 최모(43)씨는 "지난해 아내와 결혼 10주년이었지만 꽃 대신 소고기를 사서 가족과 구워 먹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급여가 줄어든 데다, 각종 보너스도 없어져, 분위기를 내려고 꽃을 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이 집중된 2월과 3월이다. 이 기간에는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등이 집중돼 있어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이 나오는 꽃집 최대 성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들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졸업식이나 입학식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꽃집 업주들은 연중 최대 대목을 놓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안그래도 장사가 안돼 힘들었는데 이번 대목마저 놓쳐 한 해 장사를 다 망치게 생겼다"며 "매년 2월과 3월 졸업⋅입학시즌 매출이 꽃집 1년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고 하소연했다.

1월 27일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린 해사대학 온라인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가 답사를 하고 있다. 매년 해사대 졸업생 400여 명이 학위수여식을 마치고 일제히 모자를 던지는 장면은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볼 수 없었다.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절화 판매 가격이 높아 꽃을 찾는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절화 수요 감소로 경매 가격은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 경매현황을 보면 졸업식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안개꽃(오버타임⋅10송이)의 경매 평균 가격은 작년 7054원에서 올해 3853원으로 45% 떨어졌다. 수요가 가장 큰 품목인 장미(푸에고⋅10송이) 역시 작년보다 15% 이상 가격이 내렸다.

그러나 꽃집 등 일선 판매지에서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하 폭은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경매가격이 내려도 도매와 소매 등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중간 마진(이익)이 붙어 실제로는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의 한 꽃집 사장은 "장미, 안개꽃, 프리지아 등이 들어간 졸업식 꽃다발의 가격은 3만5000원으로 작년과 크게 가격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장희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절화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 역시 반토막이 났다"며 "생산 농가에서는 절화를 팔아도 키우는 데 들어간 원가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도 갈수록 줄고, 올해는 졸업식도 열리지 못해 꽃집과 절화 농가 모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