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수리비 등을 떠넘겨온 애플이 내놓은 자진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1000억원을 들여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의 아이폰 수리비를 10%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지난 27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을 위반한 기업이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심의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 사옥.

공정위는 지난 2016년부터 SK텔레콤 등 한국 이동통신사에 광고·수리비 등을 떠넘기고, 보조금 지급 등을 간섭하는 등 부당한 ‘갑질’을 한 혐의로 애플을 조사해 왔다. 애플은 이를 자진시정하겠다며 지난 2019년 6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를 받아들인 공정위는 세 차례 심사 끝에 지난해 개시를 결정, 잠정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및 이통사 등의 의견 수렴 을 거쳐 올해 최종 확정했다. 무려 19개월이 소요된 끝에 결론이 나온 것이다. 당초 애플이 내놓은 시정안은 상생기금 규모가 절반인 5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공정위가 퇴짜를 놓으면서 협의 과정이 길어졌다.

애플은 상생기금으로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중소기업 R&D 지원센터 설립, 애플기기 유상수리 비용 할인, 공교육 분야 디지털 기기 지원 등이 그 골자다. 앞서 잠정안 발표 이후 정치권과 과기부 등에서 애플의 매출에 비해 1000억원이라는 상생기금 금액이 너무 적어 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위원회는 이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의 관련 매출과 이통사 거래조건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이통사 역시 이에 동의했다.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위원회가 내린 판단"이라면서 "타국과 비교하면 애플을 직접 제재한 곳이 대만인데, 과징금 규모가 8억원이었고 현재 경쟁당국의 소송이 진행 중인 프랑스 역시 과징금 규모가 650억원 정도다. 상생기금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애플은 광고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광고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에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고,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임의적인 계약해지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기간 동안 특허분쟁을 방지하면서 이통사와 신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호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하기로 했다.

애플은 앞으로 3년간 자진시정방안을 이행하게된다. 공정위는 회계법인을 이행감시인으로 선정해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시정조치와는 달리 연구개발 센터 설립이나 디벨로퍼 아카데미 등의 상생조치는 시행 여부를 점검할 때 회계적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공정위 역시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수리비 할인 등 조치가 비용 인상으로 소비자에 전가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