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금융에 진출한다. 이른바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 대출로 불리는 개인사업자 기업대출 상품을 우선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개인사업자 대출에 가세하면서, 빅테크·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2일 2021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뱅크는 올해 기업금융에 첫발을 디딘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대기업 대출은 한계가 존재하는 반면,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은 카카오뱅크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중소벤처기업부·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올해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서류 없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보증 심사를 하고, 전자서명 방식으로 비대면 보증서와 대출 약정서를 체결하는 등 100% 모바일·비대면으로 대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위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 이력이 부족한 탓에 시중은행의 외면을 받는 개인사업자에게 금리나 한도 등 더 나은 조건의 대출을 실행시키려면, 카카오뱅크만의 자체 평가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이긴 하지만 2019년 5월부터 시행해 온 개인사업자 사잇돌대출로 인해 쌓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전용 QR 결제·매출 관리 서비스 운영 등을 바탕으로 축적된 카카오페이의 독점적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카카오뱅크가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금융 진출 선언으로,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부터 SME(중소상공인) 사업자를 위한 대출 상품인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사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매출·반품률·단골 비중·고객 문의 응대 속도 등 스마트스토어 내 활동 데이터를 대안신용평가에 반영해 평균 금리 약 연 5.5%의 대출을 내주고 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SME 대출은 스마트스토어를 대상으로 우선 시작하고, 잘 된다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들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는 중신용 개인사업자 대상 중금리대출 공급을 선언했고,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중기부·신보중앙회와 협약을 맺고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있다.

윤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금융 진출뿐만 아니라,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출범 이후 중금리대출이 아닌 고신용자 대출에 주력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예상보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이 빨랐다"며 "매년 1조원 정도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 규모 면에서는 많지만, (고신용자 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탓에) 비중으로 봤을 때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마이데이터 사업 본인가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윤 대표는 "(기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1차 때는) 신청 대상자가 아니라서 못했는데, 2차 때는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신청을 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도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으로 접근해 다른 사업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IPO(기업공개)와 관련해서는 "올 상반기에는 어렵고, 준비가 되면 이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관사와 협의해 시기를 판단하겠다"며 "규모나 밸류에이션 공개뿐 아니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나 시가총액 이야기에 대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또 "올해는 일단 우리 내부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도 "해외진출은 향후 꼭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잠정 당기순이익 1136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 137억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했던 1년 전보다 8.3배 늘어났다. 총 자산은 26조65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9260억원가량 증가했다. 신용대출 성장세를 비롯해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비스, 신용카드모집대행, 연계대출 등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