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와 저유가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규모가 크지만 비상장이던 건설사가 상장 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 자회사 상장을 노리는 곳도 여럿이다. 증시 호황을 타고 공모 자금을 확보해 사업을 키우려는 시도다.

2일 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과 한양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GS건설, 대우건설 등도 자회사의 상장을 목표로 페달을 밟고 있다.

SK건설은 지난달 22일 IR간담회를 열고 친환경사업으로의 영역 전환을 공식화했다. ‘에코비즈니스(환경)’, ‘에코에너지(신에너지)’, ‘에코솔루션(건설)’ 등으로 사업부를 구분해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SK건설은 지난해 국내 최대 환경관리업체 옛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신성장 미래산업을 통해 건설업의 변동성을 상쇄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EMC홀딩스는 1개의 매립지, 4개의 소각장, 54개의 수처리 사업장(970개 처리시설) 을 보유한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수처리는 국내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SK건설이 EMC홀딩스를 인수한 후 장외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상장을 검토 중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양은 지난해 8월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선정해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한양은 주택 건설사업을 넘어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와 국내 첫 민간 상업용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인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사업을 잇달아 맡았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전경.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스페인 소재 수처리 회사 ‘GS이니마’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GS이니마는 2012년까지 스페인 건설기업 OHL 의 계열사였으나 GS건설이 2년 전 잔여 지분을 매입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GS건설은 지난 2019년 11월 부동산 운영관리 자회사였던 자이에스앤디(S&D)를 코스피에 상장시킨 바 있다.

대우건설도 자회사인 ‘대우에스티’의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푸르지오서비스, 대우에스티, 대우파워 등을 합병해 출범한 대우에스티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에 주력하는 계열사다. 부동산 개발과 스마트홈 등 신사업도 추진한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 활황은 곧 건설업체들의 현금 유입 증대와 재무구조 강화를 의미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화한 재무구조를 어떻게 성장성있게 전환시킬지에 대한 건설사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탄탄한 시공 능력과 투자 여력을 더해 IT, 친환경, 부동산 금융 등 성장 유망 분야에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고 구조적으로 안착시킬지 각 업체별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따른 기업의 가치 확장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대형 건설사의 주가 반등에도 코스피 대비 건설업 지수 디스카운트는 여전하다"면서 "하지만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어 건설업종 디스카운트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