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트럭, 버스 등 상용자동차 사업을 총괄하는 상용사업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동안에는 상용사업본부가 승용사업과 분리돼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됐는데, 국내 사업의 경우 상용·승용을 통합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정의선 회장식(式) 조직 효율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월 1일부터 상용사업본부를 재정비해 국내 상용차 사업 부문을 국내사업본부에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상용차 국내 판매와 서비스, 특장 등을 기존 승용·소형상용 판매를 담당하는 국내사업본부가 맡도록 해 승용차와 상용차 부문의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다만 상용차 해외 판매와 기획 등 국내 판매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부문은 기존 상용사업본부 내 존속하기로 했다. 존속되는 사업본부는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은 장재훈 사장이 이끌게 된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스위스 수출을 위해 전남 광양항에서 10대가 선적되고 있다.

이번 상용사업본부 개편은 실적 개선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구조적 혁신에 나서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직 효율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실리를 중심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105층의 초고층 건물 대신 50층 3개동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도록 GBC 설계안을 변경한 것이나, 자동차뿐 아니라 친환경차,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내사업본부에 비즈니스이노베이션실을 새로 만든 것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상용차가 승용차 사업만큼 판매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내수 사업 부문을 통합 운영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트럭 콘셉트카 '넵튠'.

현대차는 북미·유럽·중국 등 해외로 시장을 넓히고 있고 수소전기 트럭·버스 등 친환경 상용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총 28만7176대의 상용차를 판매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운송 수요가 감소하면서 내수와 수출 판매 실적이 모두 줄었지만, 각국 정부가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상용차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중국 내 상용차 시장 진출·확대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현대차는 또 승용차 사업에서 키워온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상용차 부문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그동안 상용차는 대부분 디젤엔진이 적용됐지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상용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7종, 수소전기차 10종 등 총 17개 친환경 상용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