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 코로나 발 실적 부진, 점포 확대로 상쇄
업체들 상생안 내놨지만...매출 반 토막 난 점주들은 시큰둥

편의점 업계가 올해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오는 4000여개 점포를 잡기 위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29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14년 1161개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2974개, 2016년 3617개가 증가했다. 통상 5년간의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4000여개 점포의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편의점들이 타사 점주를 빼앗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U, GS25 등 상위 사업자들의 1위 쟁탈전이 주목된다.

그래픽=이민경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까지만 해도 CU가 1만3169개로 GS25보다 62개 앞서 1위를 차지했지만, 2019년 11월 GS25가 1만3899개로 CU보다 79개 앞서 17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작년 11월에는 다시 CU가 378개 많은 1만4898개로 1위에 올라섰다. 올해도 FA 여부에 따라 순위가 바뀔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편의점 업체들은 표면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익이 줄어든 만큼 점포 수 확대보다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편의점 한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어느 정도 이룬 만큼 무작정 점포를 확장하기보다 질적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는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점포당 매출이 떨어진 만큼 신규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을 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점포를 1000여개 늘린 BGF리테일(282330)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7% 줄었고, 연간으로는 두 자릿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GS리테일(007070)도 3분기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이 9.8% 감소했다.

업체들은 다양한 상생안을 내놓고 신규 점포 확보에 나섰다. CU는 위약금 감경 및 면제, 영업지역 변경 요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전국 점포를 대상으로 냉동·냉장 보상보험과 생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 전액을 가맹본부가 부담한다.

GS25는 가맹점 전기료 50% 지원에 야간매출활성화지원금(최대 50만원)을 준다. 올해는 가맹점에 자연재해 피해 위로금을 주고 배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3위 사업자인 세븐일레븐(1만486개 점포)은 카운터에 있는 포스(POS)에서 모든 점포 관리 업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를 도입해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올해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은 고심하고 있다. 통상 가맹점 재계약 시 최근 1년간의 매출을 기준으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작년 매출이 부진해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낮아서다.

오피스나 유흥 상권에 위치한 편의점은 매출 하락으로 폐업하는 곳도 많다.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사장은 "작년 1월부터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져 1년 내내 적자를 봤다"며 "월세 20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폐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올해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은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업체들이 상생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업무 효율화 차원의 시스템 개선이라 매력이 떨어진다"라며 "편의점 사업 중단을 고심 중인 점주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