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그룹이 로봇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모두 로봇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세계 로봇시장은 48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향후 4년내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지난 14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가정-업소-직장로 이어지는 ‘로봇생태계’ 구축 청사진을 선보였다. 가전부터 시작된 양사의 경쟁 구도가 로봇 시장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봇™ 핸디’(핸디)를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물체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는 가정용 로봇이다.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도 가능하다. 현재 핸디는 시제품 형태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봇 케어’도 소개했다. CES 2019에 등장한 동명 로봇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존에는 노약자를 보살피기 위한 기능을 갖췄다면, 최신 버전 삼성봇 케어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생활을 함께 한다. 이밖에 쇼핑몰·음식점 등에서 주문과 결제는 물론 음식 서빙도 지원하는 로봇 ‘삼성봇 서빙’, 소비자 응대 로봇 ‘삼성봇 가이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등도 함께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삼성봇 핸디’가 접시를 식기 세척기에 넣고 있다.

LG전자(066570)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잇달아 공개했다. LG전자는 CES에서 비대면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을 선보였다. 장애물 회피 기술에 기반해 스스로 움직이는 LG 클로이 살균봇은 몸체 좌우 측면에 UV-C 자외선 살균램프를 장착하고, 100∼280나노미터(㎚) 파장의 자외선으로 각종 세균을 제거한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셰프봇(요리), 서브봇(서빙), 배송봇(물류), 안내로봇 등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향후 가정, 식당, 직장, 병원 등에서 활용되는 로봇 시장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로봇산업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공개 행보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회의를 마치고 이번 CES에 출품된 삼성봇 시리즈 시제품을 직접 점검했다.

LG전자 방역 로봇 LG클로이 살균봇.

구 회장도 로봇을 ‘뉴LG’ 구상의 한 축으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 회장은의 취임 한달 후인 2018년 7월 LG전자는 미국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 33.4%를 인수했다. 로봇 산업 투자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가 담긴 M&A였다.

현대차그룹도 안내용 로봇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의선 회장의 첫 대형 인수합병(M&A)인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현대차의 로봇 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사재로 인수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모빌리티와 물류, 스마트팩토리 등과 관련된 로봇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안내 및 지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도 글로벌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서울 송파대로지점에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배치했다. 달이는 소비자와 직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도록 개발된 안내 로봇이다. 향후 현장 소비자 요구 사항을 반영해 응대에 특화된 로봇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로봇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향후 다양한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고객 서비스 로봇 달이.

현대차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삼성, LG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그룹 총수들은 로봇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444억달러(4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4년내 로봇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32%를 기록, 오는 2025년 1772억달러(19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복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향후 로봇공학, AI, ICT(정보통신기술) 등 기술발전으로 로봇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로봇 보급도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