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공모주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가 말라가는 펀드 시장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예상대로 새해부터 공모주가 흥행하자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투자자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는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지만, 공모주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로 그나마 한숨 돌렸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 대어급 기업공개(IPO) 일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공모주 시장이 더욱 커진다는 기대감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모주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 집중하자는 소리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다른 한 업계관계자도 "기관과 개인 모두 공모주를 좋아하고, 공모주펀드는 변동성까지 작아 잘 팔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최근 한 달 새 203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벤처펀드도 1510억원이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설정액이 1조1750억원이 줄어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공모주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최근 일주일 사이 급증했다. 공모주펀드는 1357억원, 코스닥벤처펀드는 710억원이 늘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아직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높지만, 공모주 시장 흥행으로 앞으로 공모 관련 수익률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6.83%, 공모주펀드 2.69%, 코스닥벤처펀드가 7.22% 수준이다.

최희은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 매니저는 "올해도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IPO 종목들이 많이 있고 개인 수급도 워낙 좋아서 공모주펀드와 공모주를 집중해서 담겠다고 하는 코스닥벤처펀드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펀드는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개인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가 공모주 물량 받기에 유리한 점을 살린 게 장점으로, 투자자는 증거금을 많이 끌어모을 필요 없이 소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최 매니저는 "기관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보다 물량을 많이 확보해 펀드에 담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주가 등락에 따른 펀드 수익률 변동이 크지 않다는 것도 공모주펀드의 장점이다. 펀드 자산의 70~90%를 국채를 비롯한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공모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

코스닥벤처펀드도 코스닥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있기 때문에 공모주 랠리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스닥 공모주는 사주조합 20%, 일반투자자 20%, 하이일드 펀드 10%, 기관투자가 20%, 코스닥벤처 펀드 30%씩 배정된다.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였던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코스닥벤처펀드는 다른 펀드들에 비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직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자 수익률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이번 달 공모주 10개 중 8개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미 1월 공모주들은 신기록을 쏟아내면서 흥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IPO를 진행한 엔비티는 지난 12~13일간 진행된 일반청약자 공모주 청약에서 439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역대 최고 기록으로, 청약 증거금만 6조9518억원이 모집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공모 시장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3조5000억원이던 총 공모액 규모는 지난해 4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공모금액이 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크래프톤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 IPO 대어도 여러 개 대기 중이다. 넘치는 유동성과 개인에게 유리하게 바뀐 공모주 배분 방식 등도 공모주 청약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