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주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올해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큰 피해를 보았던 투어, 호텔, 레저 등 여행 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모습.

최근 인터파크투어는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 여행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홈쇼핑을 통해 해외여행 상품 판매에 나섰다. 공식적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부터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지난 22일 밤 11시 30분부터 70분 동안 판매됐다. 숙박부터 항공을 포함한 부대 비용까지 모두 합산한 예상매출액은 약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6일 인터파크는 하루 전보다 1160원(29.90%) 오르며 상한가인 5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종가가 15일 전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한 것을 이유로 27일 하루 동안 인터파크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인터파크 주가는 올해 들어 134.4% 상승한 가운데 회사 측에서는 주가 급등 관련 중요 정보가 없다고 공시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파크는 가장 저평가된 여행주로 관심 가져 볼만하다"며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가 코로나로 억눌린 여행 수요 등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터파크 가치는 할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파크 투어와 엔터테인먼트는 각각 항공권 가격 상승, 각종 공연 재개 등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다른 여행주도 상승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전날 450원(1.8%) 내린 2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두투어는 올해 들어 약 1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투어는 11.1% 올랐다. 이밖에 호텔 및 레저 등을 대표하는 종목인 파라다이스(034230)호텔신라(008770)는 각각 8.2%, 3.9%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이 출시되면서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부터 자가격리 없이 출입국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오는 2022년부터 여행 산업 매출 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산업이 여행업"이라며 "백신과 치료제 효과가 입증되면 가장 큰 반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빠질 수 없다는 점과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 10분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백신 접종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우선 접종 대상자, 접종 기관, 실시 기준, 접종 후 이상 반응 관리 체계 등이 포함됐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오는 9월까지 전 국민 70%를 대상으로 1차 무료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행주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백신이지만 때마침 펜더멘털 요인도 이를 뒷받침했다"며 "줄곧 -99%를 맴돌던 하나투어 주력 상품인 패키지(PKG) 예약 증감률이 -1.6% 수준으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절대 인원이 늘어났다기보다는 기저효과에 가깝지만,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은 맞다"고 해석했다.

코로나로 여행 산업을 비롯한 개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쟁 회사들이 무너지면서 대형 상장 여행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경우 구조조정 영향으로 2022년부터는 고정비가 감소해 실적 개선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코로나의 완전 종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정 청장은 "접종을 하더라도 백신으로 인한 항체 지속 기간과 효과를 비롯해 변이 바이러스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대응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코로나 백신 배포를 비롯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 홍콩 항셍지수는 2% 넘게 하락했고, 중국 선전종합지수도 2% 가까이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 토픽스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