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약 2주 앞둔 가운데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 택배노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작업 책임 문제 등에 대해 합의한 지 불과 엿새만으로, 노조는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설 명절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택배기사의 물량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배송 차질이 예상된다.

택배노조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이 지점과 영업점에서 여전히 택배기사들에게 분류작업을 맡기면서 과로사 대책 합의를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정부와 택배업계 노사는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 노동자의 기본 작업 범위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전담 인력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1차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투입을 약속한 분류 인력 외에 더이상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택배 종사자 16명이 과로로 숨진 이후 근로 환경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CJ대한통운(000120)은 분류 인력 4000명, 한진(002320)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1000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택배노조 측은 "합의 이후에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롯데와 한진은 자동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분류 인력 1000명만 투입될 경우 택배기사 70% 이상이 분류작업을 지속해야 하고 CJ대한통운도 약 15%의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택배사들은 약속한 분류 인력을 투입하고 나면 책임이 끝난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원청택배사 대표가 노조 대표와 직접 만나 노사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파업에는 CJ대한통운, 우체국,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4개사 조합원 55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 택배기사의 약 10% 규모이며 이들 중 2650명은 우체국택배 소속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택배 조합원 2800여명은 총파업을 하고 우체국택배 조합원은 우정사업본부가 개인별 분류작업을 해놓지 않으면 배송을 거부한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기구 합의안 타결 전인 지난 20~21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파업 찬성 결과를 얻었다.

파업 선언을 접한 택배업체들은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고, 앞서 약속한 분류 인력을 조속히 투입한다고 밝히고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파업을 선언해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류작업 문제에 대해 정부도 택배사들에 자동화 설비 설치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했고, 택배사들도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바로 추가 대책을 어떻게든 내놓으라는 건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택배사들을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측 역시 "합의에 따라 약속했던 분류 인력을 3월 전까지 투입할 것이며 택배 기사가 분류작업을 하게 되면 분류 지원 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제공하도록 했다"며 "합의 파기를 원하는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택배업계의 영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전국 어느 한 군데라도 멈추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만약 파업이 진행되면 직영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20일까지를 설 연휴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해 지원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일부 차질은 있을 수 있지만 택배 대란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