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고철) 가격과 유가가 상승하면서 선박 폐선(廢船) 시장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시황이 좋지 않은 유조선을 시작으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폐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폐선가는 방글라데시 기준 LDT(경화배수톤·선박의 순수한 철 무게)당 435달러 안팎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5월 LDT당 300달러를 밑돌았으나, 하반기 들어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달에 LDT당 400달러대에 진입했다.

폐선을 앞둔 선박.

폐선가 상승은 철스크랩과 저유황중유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톤당 80달러에서 현재 160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저유황유 가격 역시 같은 기간 톤당 300달러대에서 600달러대로 치솟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에선 저유황유를 사용해 노후 선박을 운영해도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기름값이 오르면 노후 선박은 운영할수록 손해"라며 "특히 폐선가가 오른 만큼 노후 선박을 중심으로 선복량(적재능력)을 조절할 유인도 있다"고 했다.

이에 시황이 좋지 않은 유조선을 중심으로 폐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 지수인 월드스케일(WS)은 1월 4주차 기준 31로, 환산 일일용선료는 1만50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일일용선료 손익분기점 3만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선령이 20년 이상인 노후 선박도 적지 않다. 선박 중개업체인 브레마(Braemar ACM)에 따르면 VLCC 46대와 수에즈막스(S-Max)급 유조선 39대의 선령이 20년을 넘어섰다. 올해 20대가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춘절(2월) 이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운임이 조정을 거치면 이들 선종의 노후선박도 폐선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선사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운임이 오르면서 노후선박의 폐선을 미루고 노선에 다시 투입했다. 하지만 운임이 하락하면 계속 노후선박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해체된 선박량은 2510만dwt(재화중량톤수·화물을 실을 수 있는 무게)였다. 2019년 1760만dwt보다 많았지만 직전 3년치 평균 3690만dwt보다 저조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1790만dwt 규모의 선박이 폐선된 것과 달리, 하반기는 720만dwt에 그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부 선사가 폐선시기를 연기했다"며 "코로나 백신과 함께 물동량 적체 현상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정상화되면 다시 노후 선박을 중심으로 선박을 해체할 것"이라고 했다.

폐선이 늘면서 신조선박 발주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선박 발주량이 192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9년보다 2910만CGT의 66.1% 수준이었던 만큼 미뤘던 신조선박 건설이 올해 본격화될 수 있는 것이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맞물려 선박 발주량이 24%가량 늘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