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원 9명 이달에만 1만7102주 장내 매도

대한항공(003490)이 유상증자를 앞두고 최근 두 달 사이 주가가 30%가량 오른 가운데, 이승범 부사장 등 임원 9명이 보유주식을 줄줄이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임원 9명은 이달 들어 보유 주식 일부 또는 전량을 매도했다. 이 기간 이들이 매도한 주식 수는 보통주 1만7102주, 매도 규모는 약 5억5947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제공

가장 많은 금액을 매도한 임원은 이승범 고객서비스부문 부사장이었다. 그는 변동일 기준으로 이날 보통주 2만7080주 가운데 8000주를 매도했다. 주식매매 계약체결일은 변동일에서 2영업일 이전이기 때문에 실제 매도 계약은 지난 21일에 이뤄졌다. 이 부사장은 이날 하루 4000주, 2000주, 2000주씩 총 세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도했는데, 현금화한 금액은 총 2억5850만원이다.

강두석·김원규 전무는 각각 2580주, 2339주씩 전량 매도했다. 두 사람은 작년 하반기까지 각각 580주, 1531주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 21일 우리사주조합 조합원계정에서 각각 2000주, 808주를 인출한 뒤 전량 장내 매도했다. 공시된 변동일은 오는 26일로, 실제 매도 계약은 지난 22일 이뤄졌다. 매도 규모는 각각 8824만원, 8187만원이다. 992주를 보유하고 있던 황인종 전무는 400주(1162만원)를 지난 18일 장내매도했다.

이외에도 ▲조용수 상무(348주, 1117만원) ▲임동신 상무(988주, 2989만원) ▲박요한 상무(1382주, 4415만원) ▲송윤숙 상무(285주, 829만원) ▲서준원 상무 (780주, 2574만원) 등 임원 5명이 장내 매도했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증권가와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잇따라 매도한 것을 두고 최근 대한항공 주가가 크게 올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3만4950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16일(2만6950원)과 비교하면 두 달 동안 약 29.68% 상승했다. 대한항공이 3만4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한항공 주가가 오르면서 올해 3월 예정된 신주발행가도 상승세다. 신주발행가는 일정 기간 주가를 가중 산술평균한 값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신주발행가도 덩달아 오른다. 당초 1만4400원이었던 신주발행가액은 지난 22일 1만9100원으로 올랐고, 유상증자 모집액도 기존 2조5000억원에서 3조3315억원으로 약 8000억원 늘었다. 신주 발행가액은 다음 달 26일 확정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탓에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간주된다. 대한항공 주가가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에도 오르는 이유는 통합항공사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상 유상증자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인 것은 맞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는 대한항공의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대 항공사 통합으로 중복 노선이 정리돼 경쟁이 완화되면 대한항공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송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은 매출 1조8458억원에 영업이익 1020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의 경우 2019년 4분기(약 3조406억원) 대비 40%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1191억원)과 비슷하게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