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엔텍, 신속진단 단점 '낮은 정확도' 해결
유럽 수출 이어 올해 미국·한국 공략
과기부, 3월 '3분 진단키트' 상용화 발표

항원 진단키트의 핵심부품인 플랫폼. 플랫폼 속의 얇은 관(미세 유체 채널)으로 검체가 섞인 용액이 흐른다. 이때 발생하는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바이러스 유무를 알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3분 만에 알 수 있는 진단키트가 올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 나노엔텍(039860)은 유럽에 수출 중인 진단키트를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도 상용화하기로 했다. 정부도 국내 연구팀이 개발 중인 또 다른 ‘3분 진단키트’를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나노엔텍은 22일 "현재 이탈리아와 독일에 수출 중인 ‘프렌드(FREND)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올해 상반기 미국, 하반기 국내에서도 상용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항원(스파이크 단백질)을 검출하는 ‘항원 진단키트’의 한 종류다.

이미 여러 업체가 개발한 항원 진단키트는 진단에 걸리는 시간이 20분 이내로 짧다는 장점 때문에, 6시간이 걸리는 분자(PCR) 진단키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정확도가 약 70%에 그친다는 한계 때문에,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인 긴급사용승인은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시판 허가를 받은 항원 진단키트 업체는 SD바이오센서뿐이다. 이마저도 식약처는 "환자를 직접 진단하는 목적보다는 분자 진단키트의 결과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항원 진단키트의 바이러스 진단 원리. 바이러스의 항원이 키트 속 항체와 결합할 때 생기는 반응을 확인하는 원리다.

나노엔텍 관계자는 "반도체 정밀 설계 기술을 적용해 항원 진단키트의 한계였던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속도도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환자의 검체는 항원 진단키트 속의 특수한 액체와 섞여 얇은 관(미세 유체 채널)을 통과한다. 관 내벽에는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가 붙어있어, 만약 검체 속에 바이러스가 섞여 있다면 반응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나노엔텍은 이 관의 굵기를 머리카락의 3분의 1 수준으로 얇게 만들어 항원-항체 반응이 더 민감하게 일어나게 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의 수출 허가 심사 과정에서 시행했던 임상시험에서 정확도의 두 지표인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6.7%, 100%로 얻어졌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 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나노엔텍은 지난달부터 이탈리아에 진단키트를 20만개를 공급했고 2월까지 40만개를 추가 공급한다. 3월 이후의 물량도 협의 중이다. 식약처에도 1분기 내 사용 허가 신청을 해 하반기부터 시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노엔텍이 이탈리아와 독일에 수출 중인 ‘프렌드 코로나19 진단키트’.

드림텍, 아이엠헬스케어도 1분 내 진단 가능한 반도체 기반의 항원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월 또 다른 ‘3분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환자의 타액(침)만으로 민감도가 95% 이상이면서 3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반도체 진단키트’를 국내 산·학 공동 연구팀이 개발,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침으로 진단하는 만큼 검체 채취가 필요한 나노엔텍의 방식보다 편의성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반도체 진단키트’의 구체적인 정보와 개발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분만에 검사가 가능한 분자 진단키트는 이제껏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항원 진단키트의 한 종류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긴급사용승인 없이 어떻게 신속하게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실제 출시되는 제품을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