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오는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환송’ 행사 대신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공화당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등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19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바이든 취임식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과 시간이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상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하는 건 어려운 일이란 설명이다.

앤드루스 공군기지는 취임식이 열리는 연방의사당에서 약 18km 떨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행사는 오전 8시에, 취임식은 낮 12시에 열린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매코널 대표와 매카시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사가 아닌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 전망이다. 이들은 취임식에 앞서 세인트매슈 성당 미사에 와달라는 바이든 당선인 측 초청에도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더니 끝내 ‘반란’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해 극성 지지자들의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공화당 1인자인 매코널 대표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폭도들은 거짓말을 먹고 불어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힘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도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에 가지 않고 별도의 행사까지 열며 백악관을 떠나는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AFP통신이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별 연설 발췌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바이든 당선인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는다. 연설문에서 그는 "이번주 새로운 행정부를 출범시키고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