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청약 경쟁률은 굉장히 높을 겁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시그널은 당장 청약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청약 광풍이 거세다. 지난 12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 자이 더 시티' 청약에는 74가구 모집에 4만5000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17.6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인터넷 주택청약이 처음 시작된 이래 수도권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등 ‘특단의 대책'을 설연휴 이전에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진행한 15만9824가구의 일반분양에 440만4081명이 1순위 청약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6대 1로, 2019년 평균인 14.9대 1의 1.9배 수준이었다.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9대 1을 기록했다. 서울은 특히 고분양가 통제와 분양가 상한제 부활 등의 여파로 일반분양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로또 청약'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높은 경쟁률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시의 평균 경쟁률은 153.3대 1에 달했다. 지방 주요 광역시 청약 경쟁률도 높았다. 부산(60.2대 1), 광주(30.8대 1), 경기(30.2대 1), 대전(29.7대 1), 인천(29.5대 1), 대구(21.4대 1), 울산(20.3대 1) 등이 모두 2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지방에서도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 단지가 속출한 것이 눈에 띈다. 울산에서는 작년 10월 '문수로 대공원 에일린의 뜰'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09.8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울산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쌍용 더 플래티넘 거제 아시아드'(230.7대 1)와 광주 광산구 쌍암동 '힐스테이트 첨단'(228.7대 1)도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청약 경쟁률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 개발 등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올해 청약 경쟁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해부터 낙첨자들이 쌓이고 공급 물량도 줄어 올해도 당첨 커트라인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상반기 분위기를 알아보는데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성적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새로운 대책에서 내놓는 물량이 굉장히 많다면 청약 경쟁률도 조금 낮아지겠지만, 당장 올해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약 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7월부터 일부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검토 중인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등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들이라 당장의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올해 청약 경쟁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