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돼 1년간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교육 불평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학교가 담당했던 교육·돌봄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서 맞벌이와 한부모 가정 등은 아이를 맡기지 못해 혼란을 겪었고, 공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사교육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교육 첫 세대… 등교 막아 만든 '학교 방역'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됐던 지난해 4월 교육 당국은 ‘온라인 개학’을 한 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5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등교 수업이 시작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전체적인 대면 수업은 이뤄지지 못했고 원격 수업이 병행됐다.

원격 수업 초기에는 온라인 접속 불안 등의 문제점이 터져 나오면서 학습 격차 문제는 점차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원격수업 플랫폼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 모두 초기에 접속에 문제가 생기면서 동영상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로그인과 출석 체크, 과제 등을 하는데 학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원격수업이 초기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맞벌이, 한부모 가정 등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될까 애를 태워야 했다.

교사들도 코로나 사태로 학력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0%는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학습 격차 심화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64.92%)를 꼽는 교사가 가장 많았다. 학부모 절반은 원격 수업에 불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민 96%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학생들 사이에 학습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습 격차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원인으로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 차이’(61.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51.0%), ‘가정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47.9%), ‘학교별 온라인 수업의 내용 차이’(41.7%), ‘부분 등교로 인한 온라인 수업 확대’(29.2%), ‘학습 기기·인터넷 사용 등 온라인 수업 인프라의 차이’(28.1%), ‘학교 및 선생님의 관심도의 차이’(19.8%), ‘학군, 지역사회 분위기 차이’(15.6%)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길어진 '돌봄 공백'… 학원 운영 중단으로 사교육 격차 더 벌어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수도권 학원들의 운영이 중단돼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학원 ‘셧다운’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혼자서 등·하교가 어려운 어린 학생들은 학원 차량이 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가고, 또 다른 학원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돌봄 공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가정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의뢰해 학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0.5%는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돌봄 부담 가중으로 부모들이 생업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사교육 시장에서 교육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코로나 3차 유행 당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가는 학원은 운영이 중단됐지만, 상대적으로 교육비가 높은 과외나 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한 소규모 공부 모임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