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온 코스피지수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개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삼성전자(005930)등 삼성그룹주를 비롯해 LG화학(051910), 셀트리온(068270), NAVER(035420)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97포인트(2.33%) 하락한 3013.93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지난 7일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을 뛰어넘은 지수는 이튿날 3152까지 오른 뒤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까지 각각 7거래일, 2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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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과 각종 커뮤니티에서 증시 조정장에 대한 근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한 개인은 "코로나도 블루(blue·우울감)하고 삼성도 블루하다"며 "돈 벌려고 주식하는데 내가 사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한 셀트리온 투자자는 "탈출할 기회를 달라"며 "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다시는 바이오에 넣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동학개미, 주린이 등 최근 주식열풍을 계기로 생겨난 신조어를 활용해 어설픈 주식투자를 조롱하는 게시글도 쏟아지고 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회사에 주식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비상사태 발생한 것 마냥 업무에 집중 못하고 있다"며 "이 정도 조정으로 호들갑 떠는 주린이들이 한심하다"고 썼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 시총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소식에 삼성전자가 3.41% 하락하는 등 삼성 그룹 16개 상장 계열사 몸값은 하루 만에 28조원이 증발했다. 이밖에 삼성SDI(006400)셀트리온(068270)은 4%대 하락세를 보였고, LG화학(051910)NAVER(035420)는 각각 1.5%, 1.8% 내렸다.

최근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대형주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약 10.4%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8.8%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2%, 2.2% 오르는 데 그쳤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단타성, 중소형주 성격 매수 성향이 강했던 개인들은 최근 대형주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개인 순매수 금액 중 삼성, 현대차(005380)등 대형 그룹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5%로, 지난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도입 불확실성이나 수급 요인들도 조정장을 힘을 보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 상승세는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패닉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최근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는 잠잠해졌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시 조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리서치센터장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꿈의 지수로 불리던 3000이 당연해지면서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금융투자 환경과 실물경제 동향을 무시하며 움직이지 않는다"며 "오랜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은 이런 조정에 익숙하겠지만 최근에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신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투자(投資)는 말 그대로 돈을 내던진다는 뜻"이라며 "내 돈이 손을 떠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활동인 만큼 세상에 쉬운 투자란 있을 수 없고 설령 그런 시기가 온다고 해도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변별력을 이겨내면 시장에 적응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지금의 변동성은 속도 조절을 의미할 뿐 시장 방향성 자체를 훼손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그룹주가 결국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17년 8월 이재용 부회장 1심 실형 선고 이후 삼성 그룹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그 영향은 단기에 그쳤다"며 "오너 부재로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한 일부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주가는 본업 가치를 따라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