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의 세입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기간동안 밀린 집세가 2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맨하탄의 빌딩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뉴욕시 아파트의 내부.

WSJ는 미국의 임대인 연합인 ‘지역공동체 주택개선 프로그램(CHIP)’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 지난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지금까지 적어도 18만5000가구가 두 달 넘게 집세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이들 가구가 체불한 임대료는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인 18만5000가구는 전체 뉴욕 아파트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CHIP의 대표 제이 마틴은 이를 근거로 "뉴욕 전체 임차인들이 못낸 집세는 총 20억 달러(2조 2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틴 대표는 "20억 달러, 아니 10억 달러라도 있으면 뉴욕시 임대인들의 임대료 연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뉴욕시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는 뉴욕주의 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해 13억 달러가 배정돼 있다. 하지만 그 중 얼마만큼을 뉴욕 시에 사용할 수 있을지, 또 얼마나 많은 임대인들이 지원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지원금 수령을 위한 문턱이 너무 높을 경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거 탈락해 더 큰 빚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 봄부터 임대료 지원 정책을 펼쳤음에도 까다로운 지원 기준으로 인해 여전히 3억 달러의 지원금이 남아 있다.

뉴욕에서도 1억 달러의 임대료 지원금 중 4000만 달러만이 지출돼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직접 기준을 완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레이첼 피 뉴욕주택회의 대표는 "정책 대상자가 좁게 설정된다면 사람들이 지원해서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관련 정부가 새로운 정책의 ‘타겟’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세입자에 대한 강제 퇴거를 금지하고 있다. 작년 12월 쿠오모 주지사는 2021년 5월까지 세입자에 대한 퇴거 유예기간을 연장했다.

뉴욕 아파트에 대한 임대 수요는 팬데믹 기간 동안 줄어들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미국 전체 기준보다 높다. 부동산 임대 사이트 줌퍼에 따르면 뉴욕 중심부의 침실 하나가 딸린(1베드룸) 아파트의 평균 월 임대료는 2350달러(약 258만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퇴거 유예기간이 끝나면 퇴거 관련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