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투자 지양, 산업 흐름 바꾸는 기업에 투자 조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생애 첫 유튜브 방송(14일 투자미팅)에 나와 언급한 국내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LG화학(051910), NAVER(035420)(네이버)다. 모두 유가증권 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각각 1위, 3위, 7위(15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대형 종목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단순히 시총이 수십조원 이상 되는 대기업 대형 종목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 이 기업들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증권맨으로 시작해 자산규모 10조원에 달하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일군 ‘투자의 귀재’ 박 회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금융투자업계에선 박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스토리와 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투자를 해달라고 조언한 것이라고 본다. 몇몇 대기업이 언급됐지만 이 기업들이 단순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 게 아니고 산업의 큰 흐름과 어떤 조화를 이루는 곳들인지를 보는 투자의 선구안(選球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1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투자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선임연구위원은 "박 회장이 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단순히 (영업이익 등)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이 아니라 전체적 산업의 흐름을 만들어가거나 원래 있던 산업의 흐름을 바꾸어가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기업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산업 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곳을 의미한다. 박 회장이 "삼성전자처럼 무거운 초대형주가 7%씩 가볍게 뛰는데 반도체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연구위원들에게 물은 것도 이미 디램(DRAM)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디램 43.5%·2020년 6월말 기준)에 오른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고, 기존의 경쟁력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지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언급한 LG화학도 산업의 흐름을 이끄는 기업 중 하나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 시장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2차 전지)를 공급하는 곳이 LG화학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최근 6개월 간 주가가 89.1%상승하며 100만원을 돌파했다.

현대차증권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화학의 전지부문 매출액 예상치는 18조86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1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보다 50.9%, 101.6%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테슬라가 제작하는 전기차 중 30%에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테슬라가 올해 1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해 이와 관련된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서부개척 시대 돈을 번 것은 여관 주인, 청바지 파는 사람들"이었다고 언급한 것도 금광을 찾는 전기차 회사 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숙소와 의복을 제공하는 배터리회사의 미래를 낙관한 것이다.

박 회장이 국내 IT기업 중 네이버에 주목한 것은 원래 있던 산업의 흐름을 바꾸려는 네이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기업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은 쇼핑이나 검색 등이지만 네이버는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이 갖고 있는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 또는 분석하거나 운영하는 사업이다.

박 회장이 "네이버가 한국 기업 중 클라우드 컴퓨팅을 열심히 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 이창영 유안타증권(003470)연구원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많이 확대가 되고 있고 앞으로도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더 많이 필요해질텐데 네이버도 이런 추세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조언대로, 아니 어쩌면 박 회장의 조언보다도 더 빠르게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산업의 흐름과 변화의 양상을 파악해 국내 증시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한편 15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박 회장이 언급한 삼성전자(-1.67%), LG화학(-3.07%), 네이버(-3.77%)는 1~3% 주가가 하락했다. 단기간 급등했던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이 종목들의 주가도 하락 마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