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테슬라. 하지만 테슬라를 ‘과거’로 남겨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기업인들이 있다. 테슬라를 떠나 창업한 이들 말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크런치베이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현재 60여 개다. ‘이코노미조선’은 테슬라 출신 창업자들을 ‘테슬라 마피아’라고 명명하고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테슬라의 혁신 유전자로 무장해 경쟁과 협력이 교차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었다. ‘페이팔 마피아’ 일원이었던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마피아의 활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편집자 주]

‘차지드’ 시니어 에디터이자 ‘테슬라 모터스’ 저자 찰스 모리스가 테슬라 모델X 옆에 서 있다.

"일론 머스크 없는 테슬라는 생각할 수 없다. 그는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과 재무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그런 능력이 동료들의 현명한 기술적 결정과 잘 어우러져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 그리고 그의 개인 재산과 카리스마와 폭넓은 인간관계가 테슬라를 두어 차례 실패의 늪에서 건져 올려 주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테슬라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스토리를 담은 책 ‘테슬라 모터스(2017)’에서 저자 찰스 모리스는 머스크를 ‘주문 제작한 듯한 미국 영웅’, 공동창업자들을 ‘테슬라의 선각자들’이라고 추켜세운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일론 머스크, 자동차를 혁명하다’라는 부제도 붙었다.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 사람들’을 추적해 온 찰스 모리스는 미국 현지에서는 대표적인 전기차 옹호론자이자 권위자로 꼽힌다. 2011년부터 미국 전기차 전문지 ‘차지드(Charged)’에 글을 기고했고 현재 시니어 에디터를 맡고 있다. 2016년부터 매일 미국의 테슬라 액세서리 판매 업체 EV애넥스(EVannex) 블로그에 테슬라 관련 글을 올리면서 테슬라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서면을 통해 찰스 모리스에게 머스크와 회사를 떠난 공동창업자들 그리고 회사를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이들에 관해 물었다.

일론 머스크는 어떤 리더일까.
"직원의 헌신을 바라는, 만족을 모르는 리더다. 한편으론 자기 스스로가 본보기가 되어 직원을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테슬라가 2008년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때 머스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했다. 테슬라가 모델3 생산 지연으로 고군분투했을 때 머스크는 몇 날 며칠 공장에 있는 소파에서 잠을 잤다. 자신이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한다는 사실도 여러 번 밝혔다. 이런 그의 모습이 직원들로 하여금 100%를 바쳐 일하도록 만든다."

머스크의 채용 방식은 어떠한가.
"몇몇 테슬라 출신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채용 면접에서 처음 만난 머스크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자신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해서였다고 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사명감을 테슬라 직원과 공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테슬라 출신들은 그 사명감 때문에 더욱더 테슬라에서 일하고 싶어졌고,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프로젝트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조직 문화는 어떠한가.
"테슬라는 개인의 주도성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슬라 직원들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테슬라 경영진은 많은 대기업에서 발견되는 사일로 사고방식(Silo Mentality·사업부별로 자기 일만 신경 쓰고 다른 사업부 일은 신경 쓰지 않음)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쓴다."

지금은 테슬라를 떠난 공동창업자들을 평가하자면.
"나는 책을 쓰면서 두 명의 테슬라 공동창업자를 인터뷰했다. 둘 다 좋은 조건으로 테슬라를 떠났다. 마크 타페닝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스타트업 문화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스타트업을 지나 중견기업이 되었을 때 그는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직원 수) 100명까지는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정확한 지도를 머릿속에 가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통제력을 잃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나와 인터뷰한 또 한 명의 테슬라 공동창업자 이안 라이트는 테슬라 재직 당시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뛰어난 통찰력을 제공한 인물로 꼽힌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통적 완성차 업체와는 완전히 달랐다. 2014년에 그를 인터뷰했지만, 그가 그 당시에 했던 말 대부분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안 라이트는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타도록 만들겠다는 테슬라의 비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기 트럭을 생산하는 회사 라이트스피드(Wrightspeed)를 설립하기 위해 테슬라를 떠났다. J.B. 스트로벨은 테슬라의 '막후(幕後) 두뇌'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테슬라에서 그는 테슬라의 첫 전기차 로드스터 개발 주역이자, 배터리 혁신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테슬라를 나와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이 회사는 전기차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한다. 최근 레드우드 공장이 가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틴 에버하드와 머스크의 결별은 매우 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테슬라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에버하드가 테슬라를 떠나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에버하드는 꽤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를 최초로 설립한 사람은 타페닝과 에버하드 두 사람이며, 나머지 세 사람(머스크·스트로벨·라이트)은 향후 상호 협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창업자로 인정받았다. 테슬라 공동창업자들은 전기차 회사를 세우기 전에 이미 성공한 기업가들이었다."

찰스 모리스가 쓴 ‘테슬라 모터스’ 한국어 번역본.

테슬라 출신 창업자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회사가 많다. 특히 전기차 회사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가 대단한 일을 해낼 것 같다. 나는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자 루시드 모터스 CEO인 피터 롤린스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롤린스는 테슬라 재직 시절 모델S 개발을 주도하고 회사 비전을 공유했지만, 루시드 모터스의 전략을 테슬라와 약간은 다르게 잡은 것 같았다. 그는 아주 명료하고 매력적인 연설가이기도 하다."

페이팔 출신 창업자나 투자자들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른다. 테슬라 출신 창업자들을 '테슬라 마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피아'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마피아가 폭력적인 범죄 조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이 어떤 집단을 묘사하기 위해 마피아나 나치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나는 이것이 게으른 저널리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실제 마피아나 나치의 악행을 미화할 우려도 있다. 나는 '테슬로필스(Teslophiles)'와 '테슬라라티(Teslarati)'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테슬라가 점차 테크 분야의 인재 양성소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테슬라는 분명 거대한 인재 양성소다. 테슬라를 떠난 고위 임원들뿐만 아니라 개발, 영업, 관리 등 분야의 실무진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이 테슬라에서 배운 업무 방식과 다양한 기술적 혁신성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떠났을 것이다. 일부에 대해서는 테슬라가 기밀 유출 혐의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테슬라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생산 기지 등 새로운 시설을 구축하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 노하우는 점점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상하이 기가 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는 현지 직원들과 협력 업체에 선도적인 지식을 전파하고 있는데, 곧 독일 기가 팩토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 마피아] ①‘테슬라 마피아’의 태동

[테슬라 마피아] ②테슬라 떠난 공동창업자들

[테슬라 마피아]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