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 쓰는 해피포인트 혜택 축소
10~20% 할인도 사라져...광고선전비 절감 효과
포인트는 장부상 '빚' 분류...과도한 혜택 축소는 고객 반감 불러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회원제 혜택을 대폭 축소한다. 포인트 충당 부채를 줄여 재무구조 개선 효과와 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핑크-골드-플래티넘' 체계로 운영하던 해피포인트 등급제를 다음달부터 '프렌드-패밀리-VIP-로얄' 등급으로 전환한다.

바뀌는 SPC 해피포인트 멤버십 등급.

1년 단위로 조정되던 회원 등급 기간은 6개월로 단축된다. 기존에는 1년 동안 30만원 이상 구매·30회 이상 매장 이용을 하면 골드 등급을 부여했지만, 새 체계에선 6개월 동안 25만원 이상 구매·20회 이상 매장 이용을 해야 패밀리 등급이 나온다. 1년으로 환산하면 50만원 이상 구매·40회 이상 매장 이용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최고등급인 플래티넘은 1년 간 95만원 이상 구매·40회 이상 매장 이용을 해야 받을 수 있었다. 새 체계에서 VIP는 6개월 간 45만원 이상 구매·30회 이상 매장 이용을 해야 받을 수 있다. 1년 환산시 전체 구매 금액은 5만원이 줄지만, 매장 방문은 20회를 더 해야 한다.

새로 생긴 로얄 등급은 전체 VIP 중에서도 상위 2000명에게만 혜택이 제공된다. 2019년 11월 기준 해피포인트 회원이 1000만명을 돌파한 점을 감안시 상위 0.02% 이상만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할인율도 줄었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 외식브랜드에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해피 멤버십 데이' 프로모션을 종료한다. 샐러드 전문점 '피그 인 더 가든'과 아시안 레스토랑 '스트릿'의 10% 할인 혜택(골드 이상 회원)도 사라진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매장.

전문가들은 SPC의 회원제 제도 개편이 회사의 이익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포인트는 이연수익이어서 장부에 부채(빚)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급등하면 이자비용이 크게 늘고 각종 정부 기금을 받는 대상에서도 탈락한다.

할인 혜택 축소는 광고선전비 지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 할인 혜택은 절반은 본사가, 절반은 가맹점이 부담해 왔다. 할인혜택이 줄면 그만큼 광고선전비가 줄고, 영업이익이 높아진다.

SPC는 해피포인트 혜택을 지속 축소해 왔다. 2019년엔 해피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의 적립 혜택을 기존 5%에서 0.5%로 축소했다. SPC로선 해피포인트앱을 홍보하면서, 동시에 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

이를 통해 해피포인트를 관리하는 SPC네트웍스(구 SPC클라우드)의 부채 예수금을 725억원(2018년말)에서 688억원(2019년말)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회원제 제도 변경을 통해 사용처와 할인 혜택 등을 축소하면 회사의 '포인트 충당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와 이연 매출이 늘며 이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SPC의 과도한 혜택 축소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포인트 헤택을 축소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미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관계자는 "기업이 멤버십 혜택 변경을 임의로 할 수 있는지는 약관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임의로 멤버십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SPC 관계자는 "등급 조정 시기를 단축해 신규 고객들이 높은 등급으로 빨리 승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코로나 여파로 늘어난 배달 수요를 잡기 위해 배달 고객 혜택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