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 강화
100% 수성시장 전환 앞두고 경쟁 가열

올해 차량 보수용 도료 시장이 수용성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페인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환경 기준이 강화돼 기존 유성(油性) 페인트에서 수성(水性) 페인트 시장으로 판도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유성 페인트는 희석제로 시너를 쓰지만, 수성은 물을 사용한다. 유성 페인트에는 유해 물질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18일 페인트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차량을 도장할 때 사용하는 ‘베이스코트 페인트’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유 기준이 기존 리터당 420ppm 이하에서 200ppm(part per million·백만분의 1) 이하로 강화됐다. 바르는 건축용 페인트와 달리 차량 보수용 페인트는 차량에 분사하기 때문에 페인트의 VOCs가 공기 중에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2019년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은 지난해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그 기준에 맞추려면 올해부터 수성 페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말 유성 페인트 생산분은 올해까지 사용할 수 있다. 3~ 6개월 뒤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수성·유성 페인트가 혼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형 정비소를 중심으로 수성 페인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면 보험수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점도 전환속도에 불이 붙은 요인 중 하나다. 수성은 유성보다 가격이 비싸고 보관 온도가 민감해 까다롭다. 기존 유성 페인트와 뿌리는 패턴, 조색법, 안료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라도 새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차량 보수도장 실습을 하는 모습.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보수용 도료 시장규모를 16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 중 국산차 시장이 약 1350억원, 수입차 시장이 약 25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국산차 시장은 KCC, 노루페인트가 각각 점유율 30%대, 수입차 시장은 해외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조광페인트가 5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는 6400여개의 정비소가 있다. 국내업체는 국산 자동차에 대한 강점,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우고 수입업체는 오랜 역사와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KCC(002380)는 지난 200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수용성 브랜드 ‘수믹스’를 출시했다. 현대차 직영 정비소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모두 KCC 제품이다. 현대차와 함께 보수도장 매뉴얼을 제작해 도장 공정의 표준을 정립했다. 경북도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6개월 실습교육과 사택·실습비 등을 제공하면서 미래 인력에 투자하고 있다.

노루페인트(090350)는 현장에서 직접 조색할 수 있는 조색시스템과 조색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완성칠 제품을 갖췄다. 조색도 손으로 계량하지 않고 수치만 입력하면 색을 만드는 자동조색설비도 운영 중이다. 기아차 직영 정비소에서는 모두 노루페인트에서 만든 ‘워터큐’ 제품을 사용하고 포승 RTC 교육센터에서 보수도장 교육을 실시한다.

PPG(피피지)·엑솔타 등 국내 진출 글로벌 기업들은 수용성 시장이 열린 올해를 국산차 보수용 페인트 시장을 흔들 기회로 보고있다. 국내업체 제품보다 20~30% 비싼 가격 때문에 점유율 확장에 애를 먹었는데, 색 균일성과 배합성,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업 범위를 늘리고 있다. 독일제 글라슈리트를 수입·판매하는 조광페인트(004910)도 충북 음성에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도장업계 관계자는 "페인트는 처음 배울 때 접한 제품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했는데 환경 기준 강화로 이런 공식이 달리지게 됐다"며 "수성 페인트는 유성과 매커니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를 바꾸거나 시험 구매 등의 변화 요인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