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를 기준금리 결정 요인 중 하나로 살펴보겠다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위험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는 진단과 함께 금융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한은 금통위는 15일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의 전개상황,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에 유의할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언급한 부분으로, 지난해 11월 결정문에서부터 ‘가계부채’가 추가됐고, 올해 첫 결정문에서는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연 0.50%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결정문은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주가 상승, 국내기업 실적 개선 기대 등으로 위험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며 최근의 주식시장 과열 현상을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약 14년만에 올해 3000포인트(P)를 돌파한뒤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금통위가 결정문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을 언급한 것은 최근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이 일며 주식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갱신하자 금통위가 금융안정에 주안점을 두며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계대출(988조8000억원)은 전년대비 100조원 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과열열기에 따른 빚투에 부동산 투자를 위한 영끌,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결정문은 또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지난 11월에 이어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진단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예상하면서 올해 3% 내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은 3.0%로 잡았는데, 코로나 3차 확산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IT부문 중심 수출 증가세 확대’, ‘설비투자의 개선흐름’ 등을 언급하며 이같은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외에 여타 경기지표에 대해서는 비관적 시각을 나타내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금통위는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 등으로 위축되었으나 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비투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며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고 했다.

다만 통화정책은 국내경제 정상화 시점까지는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결정문은 지난해 11월과 마찬가지로 "국내경제경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