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던 현대로템(064350)이 지난해 실적 반전에 이어 최근 대형 수주 낭보를 잇달아 전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다가서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적자를 낸 현대로템은 2년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현대로템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961억원, 27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철도사업 부문의 손실이 컸는데, 저가 수주한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로템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2조7061억원, 영업이익은 845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KTX-이음.

현대로템은 유휴 자산을 정리하고 구조조정 등을 진행해 2019년 말 기준 363%였던 부채비율을 작년 3분기 말 기준 절반 가까이(197%) 줄이는 데 성공했다. 수주잔고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9조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가량 늘어났는데, 이 중 철도사업 부문만 약 7조4000억원에 달한다. 철도사업 부문 1년 매출이 1조3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5년 치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수주잔고는 약 2~3년 후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이 지속해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이같은 행보에 주력인 철도사업 경쟁력 강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현대로템은 3295억원 규모의 신림선 경전철 운영 및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신림선은 오는 2022년 상반기 개통 예정으로, 현대로템은 개통 이후 30년 동안 경전철 운영과 유지 보수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또 지난해 활발한 전동차 수출도 이뤄냈다.

현대로템은 지난 5일엔 국내 최초로 동력 분산식 열차 ‘KTX-이음’ 운행을 시작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시속 260㎞와 시속 320㎞ 두 가지 종류의 고속열차를 약 4300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디젤 기관차의 70% 수준이고 전력소비량 역시 기존 KTX 대비 79% 수준이어서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개발·납품에 이어 영업 운행 실적까지 보유한 만큼 추가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관측이다. 전동차 사업 외에 고속열차 사업은 아직 해외 수출 사례가 없지만, 이번 운행으로 해외 시장 진출 문이 열렸다. 현재 터키 및 태국 등이 고속열차 입찰을 앞뒀는데, 기존에 열차를 제작하고 판매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에만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전 세계 고속열차 시장은 동력 분산식 열차가 75%를 차지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순수 국내기술로 고품질의 고속열차를 개발해오고 있다"며 "이번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영업 운행 실적을 바탕으로 수출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대로템 의왕 수소리포머 공장 내부 조감도.

철도 외에도 올해 국방예산 중 군사력 증강에 소요되는 방위력 개선비가 16조6804억원으로 배정되면서 현대로템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방예산은 52조840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4% 증가했다. 무기 신규 도입 등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보다 1.9% 증가한 16조9994억원을 기록했는데, 현대로템의 주력 사업인 K2전차·장애물개척전차 부문 예산이 많이 증가했다.

또 최근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전략에 맞춰 수소 충전 설비공급 사업에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부터 현대로템은 의왕연구소 부지에 새로 만든 수소추출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20대의 수소추출기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수소량은 약 4700톤(t)으로 수소전기차 넥쏘 기준 85만여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 부문에서연간 5000억원~1조원의 수주를 지속해 와 국내 철도투자 증가 시 수혜가 기대된다"며 "구조조정 및 실적개선 기조, 국내 철도 부문의 성장 기대, 현대차그룹으로 수소와 로봇 등 신사업 모멘텀 등이 중장기 성장 재료"라고 했다.